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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기가 막힌 예측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역술가(易術家), 혹독하게 말하면 점쟁이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역술가란? 결코 단정적인 언사(言事)는 피한다고 했다. 두리뭉실 해야 하며, 그리고 반드시 변명할 구색은 만들어 놓는다. 맞으면 맞는데로, 틀리면 틀리는데로 “그것 보시오! 내가 전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소위 서양의 미래학자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처신이 으뜸 요령이라 했다. 물론 미래학의 바탕이 되는 학문은 엄청나게 넓다.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하여간 한치 발끝도 내다보기 힘들만큼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대를 예측하는데 학문적 이론만 가지고 감당할 수 있을까? 균형 갖춘 지성이 가장 필요하다 했다.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라고 유명한 미래학자가 있다. <제삼의 물결>이란 책으로 우리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인데, 외모는 동양적이고 웃는 모습은 마음씨 좋은 우리 이웃 할아버지처럼 수더분한 인상이다. 이 유명한 토플러 선생이 오래 전에 가라사대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 중에 한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멀지 않아 세계 5등의 강대국이 될거라고 무모한(?) 예측을 했다. 그 시절 우리는 “서양 사람들은 보통 한집에 차가 두대 있다더라” 이런 말로 경탄하던 시대이고 보니 목 마른 자에게 한잔의 물 정도의 립서비스 혹은 너희들 지금은 힘들지만 파이팅! 이런 덕담으로 간주했다.

제1의 물결은 수렵시대를 걸치는 본격적 문명시대, 제2의 물결은 산업 혁명에 의한 농경사회의 변화, 제3의 물결은 정보화시대, 우주 공학과 생명 공학이 요체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재주나 사고방식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전성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미래 학자로서는 피해야 할 단정을 했다.

재택근무(在宅勤務)니 쌍방 정보화시대니……. 당시로서는 생소한 소리였만 지금은 대부분 보편화됐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국가 거기에 덧붙여 세계에서 다섯 번째 가는나라... 믿는 사람 별로 없었지만, 세월은 흘렀다. 체력은 국력이라 했거늘, 다른 것은 제쳐두고 이번 올림픽을 보자. 이 무서운, 기가 막히는 예측!!!

하기야 지난 5년 전 큰 정치의 계절(대선, 大選)때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많이 인용됐다. 이름 조차 아물아물하던(요즘 가끔 다시 지상에 오르내린다) 문(文)모 씨는 제1의 물결은 이승만 건국대통령, 제2의 물결이 박정희 대통령, 제3의 물결이 자기라 해서 귀가 솔깃 한 적도 있다. 하여간 정치인들은 자기 중심화하는 데는 뛰어난 사람들이다.

하지만 토플러의 예측을 신봉하자면 그가 한말에 귀 기울려야 할 대목이 많다. “풍족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다. 민주주의는 최소한 2차 물결 내지 3차 물결 수준의 경제적인 토양이 마련되지 않으면 발전이 힘들다.”

어쩌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유의 제한이 필수적. 아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선(先) 민주주의 후(後) 경제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이력을 보면 대학졸업 후 다른 자리가 있었음에도 노동판에 뛰어들어 눈물 젖은 빵을 직접 먹어본 사람이다. 요즘 뜻이 다르면 상종 못할 인간으로 치부하는데, 무조건 험한 소리로 흉보는 것보다 그 사람의 뜻도 평가 보다는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런던 올림픽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도 한없이 마음이 푸근하다. 세계 5번째 금메달 국가 그것도 있겠지만, 선수들 하나같이 “이제까지 고생하신 고향의 아버지, 어머니”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면 토플러도 분명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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