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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이영관"학교장 훈화, 짧고 굵게!"

 

 

지난달 하순 우리 학교 축제와 체육대회가 이틀 간 있었다. 제11회 밤밭축제와 제14회 교내체육대회가 그것. 그때마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다.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 몇 번 되지 않는다. 각 교실에 방송으로 전달하는 행사도 있지만 일 년에 몇 회 정도이다. 이때마다 ‘어떻게 훈화를 할까?’는 교장의 고민이다.

훈화는 우선 짧아야 한다. 학생들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참을성 있게 듣지 못한다. 주의집중 시간이 짧다. 아니 어쩌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린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다. 훈화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아야 한다. 그들의 관심사면 더욱 좋다.

훈화는 또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적이어야 한다. 행사 취지에도 맞아야 한다. 그래야 훈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훈화 짧기로 이름난 필자 어떻게 했을까? 첫날 훈화는 딱 네 문장이다.

“①올해 밤밭축제, 학생과 교직원들이 열성을 다해 준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②그래서인지 내용도 풍성하고 수준도 높습니다. ③이틀 간 열리는 축제, 열심히 구경하면서, 질서 지키면서 하루 5가지 이상씩 배웠으면 합니다. ④브라우니, 삼일공고 축하공연부터 시작해!”

④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요즘 듣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 흉내를 내 본 것이다. 훈화가 짧으면 학생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훈화가 길어지면 학생들의 얼굴 표정엔 지루함이 묻어난다. 짜증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훈화를 하는 교장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 6년, 중·고교 학창시절 6년 총 12년을 보냈다. 아마도 매주 1회 운동장 조회를 가졌다. 어느 학교는 월, 수, 토 3회를 가졌다. 그때마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었다. 지금의 기성세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아무 내용도 떠올릴 수 없다. 다만 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만 받았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중학교 때 ‘제군들!’이라는 단어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은 이튿날 체육대회 훈화다. “①오늘 체육대회 정정당당히 대결합시다. ②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이겨도 정정당당히, 져도 정정당당히. ③아름다운 승리, 아름다운 패배는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 교장선생님은 훈화가 짧아서 좋다’라는 평을 듣는다.

작년 체육대회 훈화는 “율전중학교에 다녔노라, 정정당당히 싸웠노라,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노라!”였다. 우리 시대 학창시절 때 있었던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파격적인 훈화였다. 물론 학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다만 짧은 훈화가 너무 아쉬워 학교신문 격인 ‘율전 꿈소식’에 다시 언급하기도 하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 어른에 대한 인사성이 밝다. 외부 방문객들도 이것을 인정한다. 교정에서, 복도에서, 교실에서 마주치면 꼭 인사를 한다. 아마도 이것이 교장의 짧은 훈화를 통한 좋은 이미지 만들기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교장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감정을 공유할까?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은 우리와는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짧고 굵은 훈화를 통해서 ‘우리 교장(어른)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아니다. 우리 학생들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신세대 교장(어른)이다’라는 인상을 받았으면 한다. ‘어른이라고 다 잔소리만 하는 것 아니다’라는 어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가졌으면 한다.

학교장 훈화, 성공하려면 교재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짧게 하고 중요한 메시지만 전달해야 한다. 듣는 학생이 주목해서 듣게 해야 한다. 교장 훈화, 아무나 하는 쉬운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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