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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을 찾았던 원행길인 ‘삼남길’이 다시 태어났다.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코오롱스포츠는 각계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삼남길’을 도보길로 개발, 지난달 13일 수원 서호공원 광장에서 개통식을 개최했다.

삼남길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길로, 한양과 삼남지방(충청, 전라, 경상)을 잇던 길이다.

이 길을 오가던 보부상들을 통해 전국의 물산도 오고 갔으며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전국의 선비들도 이 길을 걸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남태령을 건너 수원, 화성, 오산을 지나 평택을 지난다.

평택 소사에서 처음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서쪽으로 갈라진 길은 지금의 보령 땅인 충청수영으로 향한다.

남쪽으로 계속 뻗은 길은 충청도를 지나 삼례에서 두번째로 길이 갈라지는데 여기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길은 지금의 경남 통영으로까지 이어져 남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마지막에는 해남 땅끝 마을을 지나게 된다.

 

 

 



▲제1구간 ‘서호천길’

서호천 길은 수원시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해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지지대고개는 정조임금이 화성에 능행차를 왔다가 돌아가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정조임금의 애틋한 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우재는 지난 2007년에 문을 연 화장실문화전시관으로, 옛 추억을 되새기며 화장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해우재를 지나 서호천변에 조성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기산에서 대규모 백로서식지를 볼 수 있다.



○지지대비(경기유형문화재 제24호)

지지대비가 서 있는 곳은 지지대고개라고 불리는 곳으로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오는 길목이다.

한자로는 ‘지지현(遲遲峴)’이라고 표기하는 곳이지만 본래는 ‘사근현(沙斤峴)’, ‘미륵현(彌勒峴)’ 등으로 불리던 곳.

이 고개에 ‘지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정조임금은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 남달라서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을 방문하기 위해 수원 지역에 자주 행차했다.



▲제2구간 ‘중복들길’

서호공원에서 출발해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인 배양교에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서호는 정조임금이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판 인공저수지로 제방 너머에는 아직도 농업진흥청 시험장이 남아있다.

서호 남쪽의 항미정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은 손꼽히는 절경이다.

서호공원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옛 수인선 철로를 만날 수도 있고, 수원비행장 서쪽으로 펼쳐진 중복들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배양교에서 화성시와 만나게 된다.



○서호공원(경기도기념물 제200호)

수원을 신도시로 건설한 정조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이 지역의 생업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성을 쌓고 주민들을 이주시키기는 했지만 막상 이 사람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지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았다.

정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 인근에 대규모 인공저수지를 축조했다.



▲제3구간 ‘화성효행길’

배양교부터는 화성시에 접어든다.

황구지천변의 들판을 지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용주사에 도착할 수 있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로, 템플스페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하면서 하루쯤 묵어갈 수도 있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독산성을 바라보면서 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세마교에 도착할 수 있다.

코스 자체는 짧은 편이지만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융건릉도 무척이나 훌륭한 도보길이다.



○용주사(용주사 동종 국보 제120호)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隆陵, 당시 이름은 현륭원顯隆園)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이다.

이 때문에 용주사는 세워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사찰에 뒤지지 않는 큰 규모와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로 유명한 조지훈 시인의 ‘승무’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제4구간 ‘독산성길’

세마교를 지나 오르막을 걷다보면 독산성에 오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에 쌀을 부어서 성 안에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남아있을 정도로 독산성은 경기 남부의 중요한 군사요새였다.

더불어 독산성 성곽길을 걸으면 주변 경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어 눈도 매우 즐겁다.

백제고찰 보적사와 산림욕장을 지나서 고즈넉한 산길을 계속 걷다보면 세교지구의 아파트들과 잠시 조우하게 된다.



○독산성 세마대지(사적 제140호)

독산성은 사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막상 올라보면 주변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주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산성 아래를 흐르는 황구지천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조건 독산성 아래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독산성은 서울과 삼남지방을 잇는 삼남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제5구간 ‘오나리길’

세교지구의 아파트 길을 잠시 걷다보면 다시 포장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

오산 도심 한가운데 이런 길이 숨어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약수터를 지나 궐리사에 도착할 수 있다.

궐리사는 공자를 모신 사당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관립 사당이다.

궐리사에서 잠시 도심지를 지나가면 오산천길로 합류할 수 있다.

오산시민들의 산책로로도 이용되는 오산천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평택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맑음터공원에 닿을 수 있다.

 

 

 



○궐리사(闕里祠, 경기도기념물 제147호)

궐리사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文臣)이자 공자의 64대손인 공서린(孔瑞麟, 1483~1541)이 낙향해 서재를 세우고 후학들에게 강의를 했던 곳이다.

이 사실은 당초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부터 유교 진흥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는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을 세우게 한 것.

전국에서 공자를 모시는 사당은 딱 두 군데 뿐이고 그 중에서도 국가에서 세운 사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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