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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박남숙"정치의 요체는 믿고 따르게 하는 것"

 

국가발전의 가장 큰 힘은 민심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개혁을 지탱해 줄 원동력 또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때 가장 큰 힘을 얻는다고 믿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과거 역사를 통해서도 수없이 경험해 왔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은 불신 풍조가 만연되어 서로를 불신한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연구 용역 보고서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결과에서 불신을 0점으로 하고, 신뢰를 10점으로 하여 점수를 낸 결과 정부, 정당,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각각 3.3, 3.3, 3.0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이 조사에서 밝힌 것은 ‘처음 보는 낯선 행인’에 대한 신뢰도가 4.0이었는데, 그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원인은 따져보나마나 정부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뭉개 버렸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효공 때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상앙이 표방한 것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부국강병책이었는데 상앙이 한 번은 법을 제정해 놓고 공포를 하지 않았다. 왜 법을 만들어 놓고 공포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였는데, 상앙은 백성들의 불신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정부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고 불신이 만연되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풍토가 만연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상앙은 백성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계책을 세웠다. 3장(약 9m) 높이의 높은 나무를 남문 저자거리에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에 옮기는 사람에게 십 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도 속아서 살아온 탓이다. 상앙은 다시 오십 금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번에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유독 그 말을 믿고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오십 금을 주어 정부는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정부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믿고 따랐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정치의 요체는 믿고 따르게 만드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믿음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의 재상 상앙을 주인공으로 하는 고사 ‘이목지신’이 아직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뒤 상앙은 새로운 법을 공포하였는데, 새로운 법이 공포되고 1년이 지나자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자가 1천명이 넘었다.

이때 태자가 법을 위반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태사(태자의 스승)에 책임이 있다하여 죄인의 이마나 볼에 글자를 새기는 형벌인 경형(輕刑)에 처하게 된다. 다음날부터 백성들은 이 법을 준수하게 되었고, 10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이 법에 대해 매우 만족하였다. 나라를 위한 싸움에는 용감하였으며 개인의 싸움에는 겁을 먹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덕목 하나가 바로 신의다. 부부사이, 친구사이에 신의가 지켜져야만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믿음은 딛고 서 있는 땅과 같은 것이다. 그게 흔들리면 모든 게 흔들린다. 전국시대 일개 변방의 오랑캐 나라에 불과했던 진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효공 때 명재상 상앙이 펼친 ‘이목지신’ 정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의 힘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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