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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신문 칼럼 글쓰기 대작전

 

대학의 강단에서 요즘 학생들을 만나는 일에는 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숨어 있다. 몇 해 전에 허겁지겁 연구실로 뛰어온 학생이 있었다. 그것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뛰어 들어왔다. 부산 사투리를 진하게 섞어 쓰는 복학생이었다. 용건은 자신의 글이 신문에 게재되었는데, 그 글과 관련해서 국가 기관에서 곤란한 질문을 계속해 온다는 것이었다.

이 일의 발단은 글쓰기 수업 시간에 내준 과제였다. 일간신문에 독자투고를 통하여 신문 칼럼에 게재하면 가산점을 주겠다는 공약 때문이었다. 그 학생의 글은 국가 기관의 업무 관할을 서로 미루고 방관하는 공무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이었기에 출신 지방에서부터 집요하게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의외로 일은 쉽게 풀렸다. 칼럼을 게재한 언론사에서 그 또한 비판할 수 있는 주제라고 판단하여 더 이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막을 수 있었다.

대학 강의를 하다보면 학습 동기 유발에 학점만한 것이 없다. 강의실에 가득 찬 학생들은 신문 칼럼 글쓰기에 도전한다. 대학에서 칼럼 글쓰기 수업은 좋은 실습이 되는 셈이다. 이제는 매학기 꽤 많은 학생들의 글이 신문에 게재된다. 주제도 다양하다. 기부문화의 새로운 재능기부에 대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대학에서 강요되고 있는 술 문화에 대하여, 국가 장학금에 대하여, 대입수시전형에 대하여, 영리병원의 확대에 대하여 등.

신문 칼럼 글쓰기 실습의 목적은 사실 대학생의 신문 읽기를 권장하는 데 있다. 요즈음 대학생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신문 읽기가 대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지만 늘 반응은 시원찮다.

그러나 신문 칼럼 글쓰기를 과제로 지정한 후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칼럼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글감을 찾는 작업이 신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 강의에서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신문에서 주변의 예시를 찾아 설명하곤 한다. 이때 시사성 있는 기획 기사는 좋은 예시가 된다. 이를 위해 내 스스로도 사안에 따라 관점이 다른 신문을 함께 구독하면서 수업을 준비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읽는 시간은 비길 데 없이 소중하다. 그 덕분에 늦잠을 자는 버릇도 어렵지 않게 떨쳐낼 수 있게 되었다.

신문 읽기의 효용성은 바로 오프라인 정보를 온라인 정보로 전환시킨다는 데 있다. 대학생들은 인터넷 뉴스에서 하이퍼텍스트 검색을 통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고 믿는다. 그런 정보는 자기 주도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단기 기억 사이로 흘러가버린다. 쓸모 있는 정보는 오프라인 신문 읽기를 하면서 키워드를 찾고, 온라인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글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한 자기 주도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장기 기억에 오래 남는다.

대학에서 인재교육은 문제를 포착하는 능력과 전공은 물론 다른 학업 능력에 대한 부분에 비중을 키워야 한다. 지적 성장을 꾀하는 데는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현재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양 과정의 필수 강좌로서 ‘글쓰기’를 개설하고 있다. 이 강좌를 통해 학문의 기초교육과 학제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글쓰기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려 하는 글쓰기 강좌는 최근 기업의 요구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팀별 조직 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의사소통’이고 이는 곧 글쓰기로 이어진다. 사실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은 누구나 평생 동안 글로 표현된 연구 성과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나 글 잘 쓰는 사람이 경쟁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 신입생의 글쓰기 수준을 들여다보면 자기 뜻을 전달하는 표현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고력, 그리고 논리적 비판을 곁들여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고루 아쉽다. 그래도 그 아쉬운 마음을 기대치 않았던 도전으로 달래주는 학생들이 있어, 나는 글쓰기 강의 시간이 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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