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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부동산 시장의 메가트렌드

 

최근 필자의 강의를 듣는 20대 대학생들에게 ‘복부인’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200여 명 중에 아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다소 의외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부동산 투기로 큰 이익을 꾀했던 가정주부’들이 자취를 감춘 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음이 감지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무조건 투자하면 수익이 생기는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 내지는 안정기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시장가격은 횡보하든지 아니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성쇠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조만간 18대 새 정부가 들어서기에 많은 국민은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기준 78%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30%대인 것에 비하면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이 새 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양 혹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쉽사리 의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시장전망도 이젠 큰 기대를 하기에는 오류가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 변동요인은 물론, 구조적이고도 근원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먼저 장기 요인을 보면 인구와 경제성장을 들 수 있다. 1960년대부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주택수요를 유발하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경제성장은 구매력을 촉진하여 2008년까지 부동산 시장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나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지 18년 만인 2018년 14%를 넘어서 ‘고령사회’ 진입이 예고돼 있다. 8년 뒤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세대(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구고령화는 주택수요를 위축시킨다. 2016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한다. 일본은 인구의 고령화와 1990년대 내수붕괴로 부동산 거품은 꺼지고 ‘잃어버린 20년’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둘째, 중기적 요인으로 고용과 주택공급 정책을 들 수 있다. 세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구조조정과 실업자를 늘리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정년 60세’ 연장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지만, 이 또한 당장 실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인 듯하다. 고용불안과 소득감소의 상황에서 환금성이 떨어지는 장기적인 부동산투자를 하기는 어렵다.

MB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보금자리주택’을 주변 시세의 50~80%로 분양하였는데, 청약 대기자가 양산되면서 전세금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정책은 중단될 예정이지만, 수도권 민간 분양시장은 보금자리주택에 밀려 미분양이 쌓여있는 실정이다.

셋째, 단기적 요인으로 금리와 조세정책과 같은 경기정책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금리가 하락하면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연 2.75%까지 떨어뜨렸다. 금리가 내려가면 초기엔 주택담보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 돈이 돌지 않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화돼 상당기간 대출은 오히려 위축될 수도 있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혜택으로 주택거래량이 4년여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수요자들은 취득세 감면이 연장되거나 소급 적용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취득세 쇼크로 시장은 사실상 마비되는 ‘거래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구상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적 요인에 의한 추세적 하락을 막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이러한 변화 요인을 충분히 숙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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