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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IN]꿈의 직장, 꿈꾸어 보다

 

이런 직장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월요병이 없는 직장,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쓸 수 있는 직장, 자녀를 데려오면 환영하고 보살펴주는 직장, 운동을 하거나 별 생각 없이 쉬는 것도 근무에 포함되는 직장, 직원들이 그렇게 ‘딴 짓’을 하거나 눈에 안 띄어도 사장이 불안해하지 않는 직장, 직원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일하는 직장, OECD 복지상위 국가만큼 적은 시간만 일해도 매출이 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직장.

꿈같은 그런 직장이 경기도에 있다. 올해 1월 초, SBS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알려진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이다. 파주시에 위치한 제니퍼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솔루션, 쉽게 말하면,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수강신청 같은 웹 기반 서비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다. 제니퍼소프트의 직원 복지 제도는 그야말로 깨알 같다. 4층짜리 건물 지하에는 수영장과 스파가 있어서 근무시간 언제라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다.

직원 자녀를 위한 키즈룸도 있어서 부모와 함께, 또는 방과 후 회사로 오는 아이들을 돌봐준다. 주 35시간 근무, 연 20일 기본 휴가, 5년 근속에 2주 휴가와 해외 가족 여행, 10년 근속에 2개월 안식월이 주어진다. 자녀를 출산하면 출산 지원금 1천만원, 2년 육아휴직과 3개월의 산전후 휴가도 보장된다. 연간 300만원의 선택적 복지 지원, 전세자금 지원, 자산소수자 우선으로 월세 주거비 50% 지원, 배우자와 친부모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어떤 이가 이런 회사를 창업한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그러다 망한다고 말릴지 모른다. 제니퍼소프트의 대표이사가 2005년 한 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차렸을 때, 그도 그런 말을 들었을 테고, 지금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제니퍼소프트는 현재 직원 20여명에, 국내 650여 기업과 파트너로 일하고, 세계 각 처에 해외 지사가 있으며, 연간 30% 수준의 매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건강한 노동과 근사한 삶을 더불어 누릴 대안적 기업문화 공동체’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복지는 리더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대표이사는 말한다. 회사 복지제도의 출발은 기업가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일과 삶의 균형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의 욕구로 분출되고 있다. 성별 분업에 기초한 부양자 중심, 성장 중심의 조직 문화는 일터와 개인 삶을 분리시키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여성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제니퍼소프트의 대표이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그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과 직원 가족의 복지까지 고민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이런 철학은 실천으로 옮겨졌다. 별도의 사장실도 없고, 직원들 해외여행 보내놓고 자신은 회사 청소를 하는 탈 권위도 그 실천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신뢰다. 퍼주기만 하면 적당히 일하고 이익만 챙기려는 것이 인간의 생리라는 말들을 한다. 소위 무임승차의 문제다. 제니퍼소프트 사장이 무임승차자를 가려내는 성과지향형 경영을 했다면 경쟁과 상호불신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마치 자신이 얼마나 못 사는지를 증명해야만 구제받을 수 있는 잔여적 복지제도가 사회적 불신을 야기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신뢰에 바탕을 둔 기업가의 공동체적 기업 정신은 직원의 신뢰와 자발적 협력을 창출했고, 그 결과는 성장으로 이어졌다.

제니퍼소프트는 복지와 성장이 공존하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조건을 거의 다 갖춘 보기 드문 기업으로, 우리사회에서는 분명 꿈의 직장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점은, 비록 소수이지만 국민들은 이런 직장을 경험하기 시작했고, 이런 직장과 복지 사회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하고 구체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노동과 근사한 삶을 함께 누리고자 하며 이를 실천하여 사회적 신뢰를 쌓는 기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임승차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기업을 우대하고 그런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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