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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전문기업이 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지은 ‘히든 챔피언’이 몇 년 전부터 우리 중소기업이 나아가야할 모델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을 히든 챔피언이라 한다. 이 기업들은 대개 제조업을 영위하면서 연간 매출액은 5천억원에서 3조원까지, 종업원은 평균 2천명 내외이고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기업을 창업한 지 평균 60여년을 지난 장수기업임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특정한 분야에 한 우물을 판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중견기업이거나 그 수준을 약간 넘는 초기 대기업 규모이다. 이러한 튼튼한 기업은 나라가 크다고 많은 것이 아니다. 인구 100만명 당 세계시장 선도기업 보유를 보면, 스위스 3천455개, 오스트리아 2천598개, 독일은 765개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는 몇몇 제품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그 회사 제품을 사지 않고는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구매의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들인 셈이다. 한국의 중견기업들도 일부는 특정한 영역에 한 우물을 파고 있지만, 상당수는 업종 다각화라는 이름아래 계열사 늘리면서 문어발식 대기업을 따라가고 있다.

한 우물만 파는 히든 챔피언

미국의 경영학자 보 벌링엄은 계속 성장만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작으면서도 알찬 기업들을 일컬어 ‘스몰 자이언트’라 불렀다. 이 기업들도 히든 챔피언처럼 장수기업이었으며, 세계시장 보다 미국 내 또는 그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우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종업원이 2명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간 매출액이 4천억원에 이르는 기업도 있다. 이 작은 거인들의 공통점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시장의 지배자는 아니라도 흔들리지 않는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사세를 확장하고 규모를 키우기보다 종업원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간적인 규모’를 지키는 비상장기업들이다. 생산규모를 늘려 현재의 품질 수준을 지키기 어려울 때에는 백화점에서 대량 납품을 요청해도 때로는 거절을 한다. 크기를 추구하기보다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틈새 영역에서 전문성으로 제자리를 지키려는 중소기업들이다.

비교해 보면 히든 챔피언은 세계시장에서, 스몰 자이언트는 스스로 정한 시장에서 챔피언이다. 둘 다 ‘한 우물만 파는 전문기업’이다. 우리는 주로 기업을 크기로 잰다. 종업원, 매출액, 자본금과 같은 양적인 기준에 따라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구분한다. 크기보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중소기업은 특정한 영역에 핵심 역량을 갖추고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문성이 기본이다. 그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마찬가지다. 달리기도 제대로 우승하지 못하면서 수영을 해보겠다는 운동선수나, 국내 시장 선두도 못하면서 또 다른 업종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일부는 ‘중소기업’이라는 이름부터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준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를 ‘전문기업’으로 바꾸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쳐보면 어떨까? 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전자 현미경, 전주금형, 반도체 검사장비, 자동설비 제작 등 20년 넘게 한 곳에 집중한 좋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중소기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비전 있는 전문기업들이다.

한국형 전문기업을 키워야

이렇게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을 육성하여 우리 산업의 바탕을 탄탄하게 엮어야 한다. IT 전문기업, 디자인 전문기업, 금형 전문기업…. “자네, 요즈음 어디 다니는가?”라고 물으면, “예, 저는 컴퓨터 전문기업에 다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비전도 있고 보수도 좋으면 젊은이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의 전문기업이 성장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어느 땐가는 경영학 대가들이 한국형 전문기업 성공요인을 분석하려고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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