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정상적인 출범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하면서 새로운 총리후보 인선과정에 시간이 걸렸고,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개편에 제동이 걸려있다. 따라서 법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주 25일 박근혜 정부가 예정대로 출범하거나 예정보다 늦어진다 하더라도 파행적 기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시급한 두 가지 과제는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이고,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 동의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고 총리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만 총리가 새로운 정부조직에 근거해 형식상 국무위원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고,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국무위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되어야 박근혜 정부는 진용을 갖추어 출범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출범 23일 만인 3월 18일에야 비로소 노무현 정부 국무위원을 배제한 채 전원 ‘이명박 정부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현재 진행상황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 첫 내각 인선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늦어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내각 구성이 완료되는 한 달 내외 동안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공동정부 형태로 존재하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주어진 기간 동안 법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고 행사할 권리를 갖는 대통령의 통치권을 손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준비부족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제도적으로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의 쟁점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나 여타 부서보다는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기능을 떼어 내어 통합해 출범하는 통상산업자원부에 맞춰져 있다.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기존 산업자원부가 과연 국익적 관점을 가지고 대외관계에서 국내 산업이익으로부터 중립적이고 조정자적 역할을 하면서 통상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통상업무가 주로 산업계의 이익이나 요구를 잘 파악하는 것이고 한 부처 내에서 산업진흥의 업무와 산업 간 이익조정 업무가 공존한다 하더라고 조직의 자율성 보장과 업무협의를 통해서 통상산업자원부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각 주장이 일면적인 근거를 갖고 있긴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이 통상기능의 기존 부서인 외교통상부의 존치와 산업자원부 이관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하냐의 문제로,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비록 통상조직과 산업진흥부서 간 조직통합에 따른 파생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5년간 국정운영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면 일단 인수위의 개편안에 여야가 협조해서 국회에서의 정부개편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두 번째 쟁점은 대통령 당선인에 의한 총리후보자 및 국무위원 내정과 국회의 인사청문회제도다. 총리는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동의를 거쳐야 하며, 각 부처장관이 될 국무위원은 인사청문회가 보고서 채택으로 대통령에게 적격여부 의사표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행적에 대한 질문에 집중되어 있어서 회고적 평가에 치중되게 마련이다. 반면에 우리가 모델로 도입한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책비전이나 업무수행 계획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어서 전망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 그리고 총리나 국무위원 후보 개인의 신상 검증문제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준비와 적격의 국무위원후보 발굴도 중요하지만 짧은 5년 대통령 임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개편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회에 여야와 학계로 구성되는 정부조직발전특위를 구성해 정부조직의 제도적 연속성을 보장할 단일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며, 둘째 정부 부처를 담당할 국무위원 후보 내정단계에서의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마련함과 동시에 지금의 청문회를 후보의 사생활보호를 위한 비공개신상검증, 정책수행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공개검증으로 이원화해 청문회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