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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전기요금의 비밀, 아셨습니까?

 

부끄러운 고백부터 하나 하자. 어릴 때 네 살 아래 동생에게 사기 치던 얘기. 엄마에게 똑같이 10원을 받는다. 나는 5원 정도 까먹고, 1원짜리를 서너 개 남긴다. 동생에게 그걸 보여주면서 네 것 한 개와 내거 세 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도리질을 치면 네 개 주겠다고 한다. 돈 가치를 모르는 동생은 결국 10:4 부등가교환에 동의한다. 나는 들키기 전에 ‘10원에 하루 종일’ 만화방으로 내뺀다.

지난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구간 축소 논란이 빚어졌다. 질타가 쏟아지자 기획재정부가 “그건 하나의 안(案)일 뿐”이라며 한 발 뺐다. 없는 사람에게 전기료 더 받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양심 없는가를 알긴 알았나 보다.

마침 <녹색평론> 128호(2013년 1~2월)에서 ‘전력부족, 진실과 거짓’이라는 글을 읽었다. 전순옥 국회의원 정책담당 비서관인 박성환씨가 쓴 글이다. 읽으면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계통한계비용(SMP), 전력사용기반기금, 대기업의 민간발전 참여 등등 평소 몰랐던 전기요금의 비밀이 폭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10:4 부등가교환 ‘사기’ 정도가 아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국민사기극’에 가깝다. 이게 정말일까? 간단한 웹 서핑만으로도 그 글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슬프게도 골자는 진실이었다.

전력사용기반기금 얘기부터 해 보자. 각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 가운데 3.7%를 떼어 적립하는 돈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내는 전기요금에서 일부를 떼어 사용한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책정한 기금 규모는 2조5천600억원이다. 이 돈은 어디에 쓰이는가.

‘전력부하관리’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가? 한 마디로 전기를 아껴 쓴 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그 규모가 무려 2천500억이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 가운데 가정이 쓰는 비율은 14% 정도이고, 산업용은 55%가 넘는다. 적게 쓰는 국민들에게 ‘삥’을 뜯어 많이 쓰는 기업이 절약 좀 했다고 포상금을 준다? 이해가 되시는가? 왜 전기절약 가정에는 안 주지?

거기까지는 좋다. 어쨌든 전기 절약을 유도하자는 것이니까.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까지 들여다보면 “어, 이건 아니잖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 발전 빅3는 포스코에너지, GS파워, SK E&S다. 한전은 이들을 포함한 400여개 민간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데, ㎾h당 평균 170원 정도에 산다. 이들 기업 그룹에서 쓴 전기요금으로는 평균 80원을 받는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한전에 170원 받고 판 전기를 한전으로부터 80원에 사서 쓰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 절약 하면 포상금까지 받는다. 참고로, 한전 누적적자는 50조다. 국민 혈세로 이자 내준다.

더 엄밀히 말하면 전기사용량 상위 10대 기업에 공급되는 단가는 67원이다. 산업용 평균보다 10원 이상 싸고, 가정용보다는 80원가량 헐하다.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요금 몇 달 못 내면 촛불 켜고 살아야 한다. 한전 만세! 대한민국 만만세!

전력사용기반기금의 용도 중에는 1천260억 규모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비라는 것도 있고, 76억이 넘는 원자력 홍보비도 있다. 민간발전소 지을 때 발생하는 민원 해소 지원비를 왜 국민이 내나? 당연히 민간발전소가 부담해야 할 돈 아닌가? 원전 반대 국민은 어쩌라고 그들에서도 3.7%를 떼서 원전 홍보비로 쓰나?

지면이 짧아 더 늘어놓지 못 하겠다. 궁금한 독자는 <녹색평론>을 읽어보시든지, 인터넷에 계통한계비용, 전력사용기반기금, 전력부하관리 따위 검색어를 쳐 보시라. 단, 매우 열을 받을 수 있으니 시작 전에 마음을 먼저 가다듬으시는 게 좋다는 조언만 드리겠다.

개봉 중인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 최해갑(김윤석)은 전기요금에 TV수신료가 함께 고지된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안 내고 버티다가 결국 전기 끊기고, 차압 들어오고 남쪽 고향 섬으로 내려간다. 최해갑이 이런 전기요금의 비밀을 알았다면?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렸을 때 내 동생처럼 참 착하다. 몰라서 속고, 알고도 속아준다. 게다가 늘 죄스러운 마음으로 나부터 전기절약에 앞장서야지 다짐한다. 정부와 국민의 대표들은 대체 뭘 하고 있나? ‘블랙아웃’ 겁만 주면 단가? 하여튼 빨리 글 마쳐야겠다. 어쨌거나 컴퓨터 전기라도 아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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