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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장기적 관점에서 거래세↓보유세↑

 

부동산 시장이 고사 직전이다. 전체 자산의 80% 정도를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 또한 활력을 잃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금년 1월부터 6개월간 주택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와중에 2005년 정치권과 국민 80% 이상이 찬성했던 ‘종부세 강화’도 완화 내지 폐지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 세금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거래세(취득세)를 줄이려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출 경우 광역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세 구조의 제도적 개편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하자는 것은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 거의 합의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부자들의 고충도 이해는 된다. ‘김영삼 정부’ 시절 공시지가의 21% 수준이던 종합토지세의 과표적용률이 ‘참여정부’ 들어 껑충 뛰기 시작했고, 종부세 도입, 공시지가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 비중이 상승하였으니, ‘땅부자’들의 조세정책에 대한 체감 온도는 다분히 영하권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의 절대적, 상대적 수준이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1% 수준인 데 비해 선진국은 2~3% 내외이다.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비중이 30대 70 수준인 데 반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90대 10 정도로 보유세 비중이 높다. 이는 거래세를 내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선진국형 세제 운영의 기본 방향임을 시사한다.

종부세는 소득으로 납부하는 장바구니 세금으로, 조세 저항이 크다. 그렇다고 공평과세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무리한 구입으로 초과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능력에 상응하는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고, 소유자가 가격상승과 담세능력에 상응한 세금을 부담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은퇴한 고령자의 경우 상속이나 매매 시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 등으로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가격상승을 기대하지만 가격하락을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래로 지연시키는 상황이다. 공동주택은 시세보다 조금만 낮춘 급매가 쉽게 처리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매도가 쉽지 않다.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수익형부동산인 상가는 말할 것도 없이 추풍낙엽이다. 한때는 상가의 소득수익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3% 정도로 낮아도 매매차익을 고려한 수요가 있었으나, 지금은 철저한 수익률을 반영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 이상 매매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매수인이 6% 이상의 수익률을 주장한다면 시세가 30억까지 호가 하던 상가를 15억 이하에 매도하여야 한다. 문제는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8% 이상을 요구하는 것 같다. 자금이 필요한 수익형부동산 소유자는 공황상태일 수밖에 없다. 경매물건이 쌓이고 있다. 환금성이 떨어짐으로 인한 가격왜곡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취득세 감면 연장이 식어버린 시장에 활력을 넣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듯하지만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는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거래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고 상당한 거래비용이 소요되므로 빈번하게 거래되지 못한다. 매매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세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거래세를 내릴 경우 거래가 활발해지고 왜곡되었던 가격도 합리적 균형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그런데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취해온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시장에 오히려 거래량 왜곡현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거래세 인하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세제도는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사회 경제시스템이 반영돼 오랜 기간 적응한 구조가 중요하다. 비록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선진국형일지라도 예고기간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보유세를 현실화하고 거래세를 현행보다 1% 정도 완화하되, 10년 정도 장기간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상가, 토지 등의 거래세도 과감한 조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활력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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