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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배려와 절제의 국민성을 기르자

 

설 연휴였던 지난 9일 서울 중랑구의 30대 형제 살해사건과 바로 다음날 일어난 서울 양천구의 방화사건까지, 층간소음 문제는 비단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고 폭행, 협박, 살인으로 확대되어 강력사건의 도화선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아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2012년 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 총 7천21건의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에는 무려 1천500건의 민원이 쇄도해 센터를 개설하기 전과 비교할 때 지난해는 약 25배, 올 1월은 무려 60배나 민원이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층간소음개선안을 구축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에서 새로운 아파트 건설기준을 마련하고 법제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층간소음 문제를 단지 건축자재나 시공 측면에서만 해결하려 한다면, 서과지피(西瓜舐皮)식 대책이 될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서로 공감하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야기된 병리적 현상이다. 층간소음으로 폭행,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은 경찰조사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감정이 격해져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 대한민국은 어른이나 아이나 ‘욱’ 하는 성격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분노를 폭발하는 국민성의 대표적인 국가가 되어 국제사회에 망신이 될까 우려된다. 이제, 우리는 좋은 성품의 국민이 되도록 정부와 사회,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절제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치솟는 화를 잘 조절하는 것이 절제의 성품이다. 내 기분대로 분노를 폭발하지만 않아도, 문제를 지혜롭게 잘 풀어나갈 수 있다.

필자가 만든 1·3·10 공식을 소개해 본다. 화가 절정에 다다르려고 할 때, 분노를 조절하는 1·3·10 공식을 오늘부터 연습해 보자. 절제의 1·3·10 공식이란 1 : 화가 나는 그 순간을 참고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절제!’라고 한 번 외친다, 3 : 숨을 크게 그리고 깊이 3번 내쉰다, 10 : 마음속으로 천천히 1에서 10까지 센 후 마음이 가라앉고 평안해지면 그 다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 끝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한 템포 늦춘 후에 생각할 여유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 절제의 비결이다.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비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층간소음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배려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이다. 내 집 바닥이 곧 아랫집 천장이 된다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살인충동을 느낄 정도”라며 심적 고통과 불편을 호소한다.

층간소음 갈등해결을 위해 설치된 이웃사이센터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가정마다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래층을 배려해 의자나 이동식 테이블 다리에 패브릭을 덧씌우거나 집 안에서 슬리퍼를 신는 것처럼 작은 노력만으로도 층간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앨빈 토플러 이후 21C 최고의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중 하나로 ‘공감(empathy)능력’을 꼽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공감하며 보살펴주는 배려의 능력이, 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나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결정적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우리 가정이 먼저 배려하고 절제하는 성품릴레이를 시작해 보자. 오늘 내가 보여준 좋은 성품의 모습들이 이웃과 사회에 더 큰 감동으로 기억되어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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