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제포커스]‘100엔’ 시대와 신보호주의

 

1달러당 100엔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가뜩이나 소비, 투자가 부진한 마당에 이렇게 되면 간신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온 수출도 비상이다. 어찌 보면 한국경제가 글로벌 ‘양적 완화 동맹’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양적 완화는 물론 미국이 촉발했다. 여기에 중국, 독일이 이를 용인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도가 볼멘소리를 낼 뿐 의외로 다들 잠잠하다. 일종의 양적 완화에 대한 글로벌 ‘침묵의 카르텔’이 만들어진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자면,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 되면 국내기업의 총수출은 3.4%, 110엔으로 상승 시엔 11.4% 감소한다고 예측되고 있다.

4월 22일 기준 엔·달러 환율 99.76엔을 6개월 전인 작년 6월과 비교했을 때 약 22% 절하된 반면,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100엔당 1천441원에서 1천119원으로 약 13% 절상되었다. 이러한 ‘엔저’는 미국시장을 놓고 볼 때, 우리 경제의 주력수출품목인 자동차산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올 1∼3월 판매성장률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로 답보 상태를 보였고, 기아차는 8%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동기간 일본의 도요타는 9%, 혼다는 5% 각각 판매량을 늘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작년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1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기업, 그 중 수출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된다. 수출대기업이야 이미 해외 현지생산이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 나갈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무역협회 조사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엔저 등으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의 45%가 수출 상담과 계약에 차질을 빚었으며, 20%는 채산성 악화로 수출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특히나 일본에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에 따르면 엔저로 인해 “수익률이 20% 이상 낮아진 상태”라고 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이 약달러-엔저 등 글로벌 양적 완화동맹의 최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는 한국경제의 저 심각한 수준인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으로 따져 본 우리의 대외의존도는 2010년 105.2%, 2011년 112.9%, 2012년 112.7%로 3년 연속 100%를 넘었다. 또 무역의존도는 2000년 77.5%에서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10.7%로 최고점을 찍고 2009년에는 98.8%, 2010년에 들어와 다시 100%를 넘은 뒤 2012년까지 이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과도한 대외의존도로 말미암아 세계시장의 변동, 특히 환율변동에 지극히 민감한 경제체질이 만들어진 것이다. 바람이 조금만 차져도 금세 감기에 걸리는 전형적으로 ‘속이 허한’ 그런 체질 말이다. 그래서 수출이 흔들리면 경상수지가 흔들리고, 또 상황이 이쯤 되면 외국인 자본의 금융시장 이탈이 거들먹거리게 된다. 과거 IMF 위기라는 쓰라린 경험이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이 환율이라는 요인은 그저 일회적인 것이라기보다 좀 더 기저적인 변화의 표현이라고 나는 본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국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들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볼 때 미·일의 양적완화 동맹은 보다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의 결정판이라는 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한 무제한 통화 공급을 통해 달러가치의 하락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가히 ‘약탈적’ 보호주의라 할 만하다. 게다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단속, 국제카르텔 규제 강화 등의 위장된 보호주의 역시 여기에 가세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현 단계 세계경제는 한편으로는 얼핏 FTA와 같은 자유무역이 확산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보호주의의 강화라는 상호 모순된 경향이 혼재하고 있다. 그리고 보호주의라 하더라도 과거처럼 관세, 비관세 장벽을 높이 쌓는 형태가 아니라 ‘양적 완화’와 같은 그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변화된 세계경제 조건과 상황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