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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좋은 일자리 만드는 창조경제

 

어느 봄날 공원 의자에서 머리맡에 술병을 두고 코를 곯고 낮잠을 자는 중년 남자가 있다. 마침 그 곁을 지나던 경제학자 두 분이 주고받던 논쟁을 멈추고, “이렇게 술 마시고 낮잠을 즐길 정도로 여유가 있다니, 살기 좋은 세상이네”라고 하자, 다른 교수는 “참 안됐구려. 일자리가 없어 이렇게 술 한 병 마시고 노숙을 하는데, 정부는 무얼 하는지”라며 안타까워한다. 경제 현상을 보는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시각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경제문제는 이처럼 늘 상반된 시각 속에서 최적의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현상은 자주 듣는 말이다. 실제 8만여명의 일자리가 남아 있지만 구직자들로부터는 외면 받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불일치는 구직자가 정보를 모르든지 자신의 위치를 너무 높게 보거나, 기업들이 구직자들을 너무 낮춰 보거나, 정책 당국이 적절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근로자 수준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시장에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 구직자가 찾아올 쓸 만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을 분석해 보면, 종업원 9인 미만은 3.5%에서 6.1%로 높아지고, 100인 이상 199인 미만은 1.4%에서 1.1%로 낮아졌다. 임금이나 복지가 나은 기업의 일자리는 구직자들이 스스로 찾아간다.

산학협력으로 일자리 개량하자

소규모 제조기업은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낮아 높은 임금을 주고 우수한 인력을 쓰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하고, 구직자들은 그러한 여건에서는 노동의 대가보다 임금이 낮아 가기를 꺼려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구직자들이 가지 않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취업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일자리 개량사업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대학이 가진 기술혁신 역량을 투입하는 산학협력을 통하여 해결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189개 대학, 142개 전문대학의 이공계 교수 분들이 가진 기술역량을 소기업 산업현장에 접목하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면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개량에 참여하는 대학에 폭 넓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더욱 촉진될 것이다. 노사 스스로 풀지 못하는 낮은 일자리 분야에 정부가 일자리 해결 촉매제를 투입하면 효과적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 분야에서도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국 대학에 있는 203개의 창업보육센터에는 3천940여 창업자가 입주해 있지만, 대학창업보육센터의 시설은 아직 열악한 곳이 많다. 대학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다양한 창업에 접목하도록 더 과감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경기도 어느 대학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중소기업은 3년 만에 매출액 800억원에 종업원 100여명을 채용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만듦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모두가 행복한 시대를 만들려는 것이다. 관건은 우리나라 일자리의 88%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에서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쓸 만한 일자리가 기업에서 나오지만, 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기업활동을 잘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주면 성장을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균형발전보다 더 중요한 일자리

일자리 만들기의 또 한 축은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더 클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다. 공장을 늘리고 투자를 더 하고 싶지만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 못해 멈추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정책자금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는 우량 중소기업을 더 키우기 위한 대형 투융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기도에는 매출 1천억원이 넘는 유망 벤처기업이 100여개, 기술혁신 중소기업도 1천500개가 넘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규제의 틀을 넘어 정부 R&D 투자, 공장입지 확보 면에서 불리함이 없도록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낮은 성장률을 극복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비범한 노력을 다 같이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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