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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해마다 상승해서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근래의 우리 독서계는 마치 외국작가들의 잔치판처럼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의 독서계를 평정한 작가는 프랑스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의 최신작 ‘나무’가 작년에 나온 ‘뇌’에 이어 몇 개월 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그 외 세대별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또한 외국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조앤 K 롤링의 ‘헤리포터 시리즈’와 무라카미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와 최근의 작품들, 더불어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 등),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 증), 파트리크 쥐스킨트(‘향수’ 등) 등도 확실한 독자층을 확보한 인기작가로 분류된다.
반면 국내작가의 작품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간혹 올라온 것도 대개는 본격문학이라고 보기엔 무리인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 역시 유래없는 TV프로그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잠시동안 관심권 안으로 들어왔다가 이내 종적을 감춰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불과 10여년전 만해도 몇몇 선 굵은 작가들(박경리, 조정래, 황석영, 최명희, 이문열, 박완서 등)과 나름의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젊은작가들(양귀자, 김형경, 신경숙, 은희경, 장정일, 이인화, 김영하 등)이 우리 독서계를 휘젖곤 했었는데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외국작가 득세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째 우리 문단은 대중의 시선을 압도할 만한 신인작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젊은 작가들의 조로현상 혹은 본격문학에서의 이탈현상도 심각한 지경이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작가 대부분이 아예 출판보다 영화화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경향도 보인다.
독서계의 고토회복을 외치는 것은 자칫 메아리 없는 헛구호가 될 수도 있다. 국내작가들의 잇딴 참패(?)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대의식의 실종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독서계는 시대를 고민하는 작가들의 고뇌에 성원을 보내주곤 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소위 서사성의 붕괴와 감각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후 시대의식이라는 말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그것은 또한 국내 작가들에 대한 독서계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각광받은 국내작가는 본연의 순수소설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겸업작가 혹은 번역가들, 또는 대중소설 작가들이 그들이다. 일테면 최윤, 김훈, 이윤기 등이 굵직한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는 것이 그의 반영이며 류시화, 이정하 등이 기염을 토하는 것이 그의 증거인 셈이다.
한편 대중소설의 약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순수문학과 대중소설의 의미상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을 굳이 이분법적으로 분리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문학 본연의 상상력과 서사성 보다는 센세이셔널한 소재주의와 감성주의로 무장한 대중소설이 각광받는 것은 문학의 가벼움을 부추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 독서계는 오매불망 걸출한 신인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베르나르의 가공할 상상력과 치밀한 소설공법, 움베르토 에코나 밀란 쿤데라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더불어 쥐스킨트나 시오노 나나미의 치열한 역사연구자세 등 현재의 세계 독서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다양하고 깊이있는 상상기법들을 연마한 호흡이 길고 깊은 작가의 탄생 말이다.
성석제(‘순정’,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입담과 김종광(‘모내기 블루스’ 등)의 구렁이 문체와 김연수(‘ 굳바이 이상’,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지적 치열성과 진지함, 그리고 박민규(‘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 ‘지구영웅전설’)의 발랄한 만화적 상상력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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