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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이런 사재기, 어떠신지?

 

최근 소설 사재기 파문으로 출판계는 위기감에 빠졌다. 만연한 출판계 사재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쉬쉬했을 뿐 ‘사재기 베스트셀러’ 꼼수는 출판계에서 공공연한 영업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온라인서점을 통한 도서기증, 너무나 지나친 할인 판매, 다른 도서를 한 권 더 끼워 팔기, 과도한 경품 증정 등과 아울러 근절되어야 한다. 이제는 ‘출판 윤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자 서평, 판매 부수, 베스트셀러 순위 등을 참고하며 책을 사는 문화가 확산되었다. 그중 온라인 서평 이벤트에는 수십 부의 판매량도 책 발간 초기에는 의미가 크다.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작게라도 노출되기 위한 최소의 양이라는 것이다. 서평은 ‘책에 대한 비평’이기에 ‘가치 판단’을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적은 글’인 독후감과는 엄연히 다르다. 독자가 저자에게 빠지면서 읽은 결과물이 독후감이라면, 서평은 독자가 저자에게 따지면서 당당하게 읽는 것이다. 호평으로 가득찬 독후감은 흔한 반면에, 서평에는 호평과 혹평이 공존한다.

특히 책 홍보에서 신문사의 ‘북 리뷰’는 판매에 대한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북 리뷰는 주로 신간 서적에 대한 서평인데, 본래 ‘도서 검토문’을 말한다. 해당 도서의 전체적 줄거리나 특징뿐 아니라 주요 대상층, 시장성, 경쟁 도서의 판매 현황 등까지도 검토하는 글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사의 북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홍보 자료를 거의 그대로 인용한다.

인터넷 서점들과 대형서점에서도 신문사의 북 리뷰를 마케팅 자료로 사용하거나, 여러 기관에서도 책 구매 기준이 된다. 책 읽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하루 만에 읽는 책부터 일주일, 한 달, 일 년, 여러 해에 걸쳐 읽어야 되는 책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매주 신간 서적을 소개하는 북 리뷰는 거의 3, 4일 만에 읽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책들이 쏟아진다. 각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들로 발 디딜 곳 없을 만큼 신문사마다 차고 넘친다.

물론 대부분 신문사의 북 리뷰는 책을 세심하게 읽고 비평하면서 객관적인 기사문을 만든다.

북 리뷰는 서평 영역에서 중요한 글쓰기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서평의 목적과 밀접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은 저자와 독자의 관계만이 아니라, 수많은 독자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읽은 바에 관해 다른 어느 누구와도 토론하려 들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평생토록 책을 한 권만 읽은 이’다. 단 한 권의 책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고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은 선악의 판단도 없이 철저하게 불통의 아집이 된다. 이처럼 서평의 문제를 책 읽기로 공론화시킨 것은 좀 더 생산적인 논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책을 구입할지 여부에 대한 나의 기준은 간단하다. “두 번 이상 읽지 않을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자”는 주의다.

<도산십이곡> 중에 “옛 사람도 나를 못 보고 나도 옛 사람을 못 뵈었다./ 그들이 걸어간 학문의 가던 길이 앞에 있으니,/ 어찌 내가 학문의 길을 아니 가겠는가”라는 시조가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시조는 책읽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때 ‘학문의 가던 길’은 책 읽기를 통해 옛 사람을 만나는 소통이 되는 셈이다. 이는 서평 쓰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서평을 읽은 이에게는 좀 더 나은 책 읽기로 나아가는 것도 학문의 길이다. 서평 쓰기의 기본 전제는 충실하게 읽어야 한다. 간혹 책 내용만을 잘 간추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요약이지 서평이 아니다.

서평에는 책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책을 정말 제대로 읽어야 한다. 다시 그 책을 찾아서 읽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얼른 내 책상에 쌓아놓은 책들을 마저 읽고, 다음 책을 대출하러 가야겠다. 신용대출, 담보대출보다는 도서대출은 금융이자를 내는 대신에 오히려 ‘지식과 감동’을 꼬박꼬박 이자로 받아 늘 이익이 되는 거래가 되니 말이다. 이를테면 내 지식의 사재기를 해보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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