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용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유리천장의 정도가 매우 심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닌 듯싶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과 함께 정부와 기업 조직 곳곳에 여성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9일 농촌진흥청의 선임 연구기관인 국립농업과학원을 맡게 된 전혜경(55) 원장도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1984년 농진청 계약직으로 시작해 1급 공무원까지 오른 전 원장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8년 3월 농진청 개청 이래 여성 최초로 본청 핵심인 연구정책국장에 발탁됐고, 같은 해 10월 한식세계화연구단을 개편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았다. 2009년 12월에는 1급 기관장인 국립식량과학원장에 임명돼 농진청 역사상 최초 여성 기관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공직에 있으면서 여성이라는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같은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격적으로 보고 출신과 경제력으로 구분해 보는 순간 판단은 흐려지고 공직자로서 올곧음을 회복하기 어렵다던 아버지(전승규 전 농촌영양개선연수원장)의 충고를 성실히 지켜나가고 있음이리라.

“개인적으로 최초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에서 처음 직분을 맡게 되는 초대라는 말에 더 의미를 둔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달 25일 원장 집무실에 만나 취임소감과 농과원이 개선할 부분, 농업의 6차 산업화 등에 대해 물어봤다.
 

 

 


- 2009년 12월 국립식량과학원장에 이어 농촌진흥청 선임 연구기관이자, 대표 연구기관인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소감은.

“‘농업이 95%의 과학기술과 5%의 노동으로 이뤄진다’는 농정철학을 지닌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개발의 메카인 국립농업과학원의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새 정부는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을 목표로 ▲농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농촌 건설 ▲농가소득 증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5대 농정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5대 농정과제는 농업과학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국가 농업·농촌 기초과학기술 연구 개발과 현장 실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농촌 활력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 합리적이고 섬세하면서도 남성보다 더 열정적인 업무추진력을 지녔다는 평인데, 실제 업무스타일은 어떤지.

“업무에 있어 ‘남들이 가지 않은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일을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배려와 감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주한 삶에서 가장 크게 배운 생활의 교훈은 ‘양 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직장뿐 아니라 가정생활에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늘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리더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기쁨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듯이, 농업인과 국민에게 행복을 주려면 우리 직원들이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때문에 일, 긍정적인 동료관계, 의미·보람, 취미활동 등 4가지 행복원천을 통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

- 취임사에서 현장중심과 새로운 가치창출의 연구개발을 강조했는데.

“농업은 자연과 함께 하는 종합과학기술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대상이나 과제는 현장 속에서 찾아야 하며,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하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우리 농업생산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돼야 한다. 여기서 좀 더 시야를 넓혀 소비현장, 정책현장, 연구현장에서 우리 농업인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화와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전통농업과 신 과학기술과의 융합,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융합 등 창조적이고 통합적 연구개발 촉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기초과학기술과 바이오생명산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농업의 6차 산업화, 농산물 관측정보의 품질향상, 기후변화 대응, 밭작물 기계화 등 농업현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에 우리의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개발 성과를 거뒀지만,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지난해 정량적으로 정책제안 145건, 영농활용 243건, 특허출원 199건, 논문게재 523건, 기술이전 234건 등 많은 실적을 거뒀다. 또 중앙우수공무원제안 대통령상을 비롯해 14건의 대외 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농현장 등에서 요구하는 실용화 기술수요 대응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개발한 농업과학기술은 실용화될 때 빛이 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농업인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수요자 중심의 현장기술 개발·보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정과제와 관련된 연구과제와 현장·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에 우선순위를 정해 기술개발(R&D)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농업의 6차 산업화가 화두다. 농과원의 연구역량을 어떻게 접목시킬 계획인지.

“기후변화, 시장개방,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1차 산업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 농업을 생산(1차)×가공(2차)×관광·체험·외식(3차)이 결합된 6차 산업으로 육성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과원은 6개 부와 1개 센터로 구성, 부서 특성에 따라 생산(1차), 가공(2차), 관광·체험·외식(3차)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를 융합하고 보완해 농업의 6차 산업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패키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기존 과제를 서로 연계하고 보완하거나 신규 과제를 추진하는 방안, 부서나 연구원이 공동연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 구축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 농과원장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농업인의 복지와 농촌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농과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농과원 직원 모두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 농업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맡은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해 농업인과 국민에게 사랑받고, ‘제2, 제3의 허문회 박사’를 배출해 ‘21세기 농업혁명’을 이끌어가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애정 어린 관심과 채찍을 통해 농과원의 연구계획과 기술개발 성과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농업인과 국민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도와주길 부탁한다.”

<전혜경 국립농업과학원장은>

△학력

- 1980년 이화여대 과학교육학(화학 전공) 졸업

- 1983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 석사 졸업

- 1992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 박사 졸업

△경력

- 2002~2005년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농산물가공이용과장

- 2006~2008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 2008~2008년 8월 농진청 연구정책국장

- 2008. 8~2008년 10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장

- 2008. 10~2009년 9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세계화연구단장

- 2009. 9~2009년 12월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장

- 2009. 12~2012년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장

- 2013. 4~현재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