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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청소년 폭력, 온 지역사회가 함께 막아야

 

지난주에 경기도 Y시에서 19세 청소년이 저지른 살인사건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고교를 중퇴한 피의자 S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하였다. 범행 그 자체의 잔인함도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지만, 범행 후 피의자가 자신의 SNS와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더욱 경악했다.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피의자는 범행 후 자신의 SNS에 이러한 글을 남긴 후 자수하였다.

비인격적이고 날로 잔인해지는 우리사회의 청소년 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 성폭력, 사이버폭력 등 청소년 폭력에 대한 기사와 보도는 잊어버릴 만하면 재등장하고 반복된다. 청소년 폭력 사건을 접할 때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Y시 살인사건 피의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시대 아이들에게 번져 나가는 이 도덕 불감증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가? 또한 그런 아이들이 왜 우리 사회에 이처럼 늘어나는가? 학교폭력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프랭크 엘가라는 사회심리학 교수는 세계 30여국의 살인율과 학교폭력 가해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범죄율의 곡선이 거의 동일한 기울기로 나타나고, 이 두 가지 범죄율은 그 사회의 소득불평등과 비례함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청소년 폭력 문제를 사회의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이유로 모두 환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평등의 심화, 과잉경쟁, 학력제일주의, 서열주의 등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러한 문제들의 병폐가 아동과 청소년 사회로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따라서 청소년 폭력 문제는 복지적 관점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그동안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부모의 심정으로 희망을 판결하는 판사’로 많이 알려진 창원지법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는 어른들의 서열주의 문화가 아이들 사회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공부만 잘 하면 되고, 남을 괴롭히는 게 안 좋은 일인지도 모르는 것, 그것이 학교 폭력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천종호 판사가 가해 청소년들에게 호통을 치고, 엄격한 처벌을 내리면서도, 최근 발간한 그의 책 제목에서처럼 “아이야, 우리가 미안하다”라고 고백하는 것도 그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인 듯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대가족과 공동체 문화가 잔재하는 부족사회에나 해당되는 말 같지만, 자녀 양육과 선도의 역할이 가정을 넘어 보육, 교육, 교정 기관 등 사회 여러 제도 간에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현대사회에 오히려 더 적실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 서울 노원구에서는 ‘마을이 곧 학교다’라는 표어를 걸고, 지역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을학교’를 200곳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노원구는 “학교 폭력, 청소년의 학업 부적응 등 문제는 학교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젠 마을과 학교가 상호 협력하는 교육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사업의 취지를 밝혔는데, 지자체의 이러한 시도를 환영한다.

1980년대 말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로버트 풀검이라는 작가는 “아이들이 당신 말을 듣지 않는다고 걱정하기 전에, 그 아이들이 당신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더 걱정하십시오”라는 말을 하였다. 청소년의 비행과 폭력에 분노하고, 처벌을 논하기 전에, 그 아이들이 누구에게서 폭력성과 도덕 불감증을 배우는지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 폭력, 그것은 부모를 비롯하여 온 마을이 함께 힘써야만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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