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준성칼럼]오래 산다는 것은

 

흔히 장수한 노인이 사망하면 ‘천수(天壽)를 다 누렸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천수는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 100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생존하고 있는 90세 노인에게 100세까지 오래 살라고 향수(享壽)를 축원하면 화를 낸다고 한다. 100세라면 10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런 험한 말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무려 800살까지 살았다고 해서 신선이라 불리며 중국 고대인 장수의 대명사로 알려진 요순시대 인물 팽조(彭祖)가 임종을 맞자 부인은 ‘900세까지 살 수 있는데 너무 일찍 죽는다’며 그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인가.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질문인데도 여전히 인간이면 누구나 불로장수를 꿈꾼다. 사람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되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해서, 표현은 안 하지만 수명에 대한 감춰진 욕심을 끝없이 추구하는 게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오늘(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올해 100세가 된 전국 1천264명의 노인들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청려장(靑藜杖·장수지팡이)을 증정했다. 지팡이를 선물 받은 어른들의 감회는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 수명 120세는 시간문제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12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람의 평균수명은 원시시대엔 10세 전후였다. 기원 후 100년인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25세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1945년 35세로 추정된다. 어린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아쉽게도 자료가 거의 없다.

조선시대 수명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은 국왕 27명의 사망 연령이다. 가장 장수한 조선시대 왕은 만 81세 5개월에 세상을 떠난 영조다. 두 번째는 72세까지 산 태조 이성계이다. 이렇듯 고희를 넘긴 임금은 27명 중 2명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고종(66세), 광해(66세), 정종(62세)이 뒤를 잇는다. 회갑 잔치를 치른 왕은 20%도 안 된다. 사망 연령을 평균 내보면 46.1세이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백성들의 평균나이는 훨씬 낮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1.2세로 세계 상위 수준이다. 여성은 84.5세로 세계 6위, 남성은 77.8세로 세계 20위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개최된 수명 연장과 향상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이 120세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제시했다. 미시간대학 의학부 리처드 밀러 교수는 생쥐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단순한 칼로리 소비만 제한해도 수명이 무려 40%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사람으로 환산하면 112세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있다. 평균수명 120세가 과연 축복인가 아니면 재앙인가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이 동반되지 않은 수명, 즉 자아실현이 무시된 수명이라면 축복이 아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재앙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것에 가깝게 가고 있다.

오래 사는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건강수명의 증가속도가 평균수명의 증가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평균수명과 건강수명과의 차이는 10년이나 된다. 차이나는 10년을 바꾸어 말하면 질병이나 부상, 정신적인 질환, 불가항력적인 노환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지내는 기간이다. 미국(4.5년)이나 일본(5년)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길다. 수명이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기대수명은 더욱 늘고 있다. 통계청은 얼마 전 2040년 기대수명이 86.0세로 2010년에 비해 5.2년 높아졌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인간의 욕심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아무리 웰빙바람이 불고 ‘무병장수’ 방송 프로그램이 넘쳐나도 아프지 않고 장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을 더 강조했나 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