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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정치인의 인지부조화

 

인간은 쉽게 자기 정당화의 덫에 걸린다. 이를 위해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의 기억마저 왜곡하기 일쑤다. 때문에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고까지 불린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이 같은 인간심리를 일찍이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 규정했다.

요즘 자치단체장들의 발길이 전에 없이 분주하다. 지역 내 행사가 많은 탓도 있지만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가 그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내심 내년 선거에서 단체장 출마를 꿈꾸고 있는 후보자들은 발길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특히 공직에 몸담고 있는 자천타천 후보군들의 속내는 더욱 남다르다. 은연중 정당공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가하면 지역민들과 경쟁자들의 눈에서 벗어나 공천을 따내기 위한 ‘은밀한 작업’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의식 속에 본인 스스로 자신을 선거에 내몰고 있다. 마치 자기 최면이라도 걸 듯 내년을 준비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서 지역 내 하마평도 무성하다. 그리고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을 합리화 하는 존재

발길이나 머릿속이 분주한 최근의 자치단체장 후보군들을 보면 페스팅거가 말한 인지부조화가 생각난다. 개인의 인지부조화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실감난다. 부모가 반대한 결혼을 한 경우나 잘못된 물품을 구매한 경우도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려는 경향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런 사안이 발생하면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게 개인심리다. 선거 출마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대부분 이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역량이나 능력, 경력, 일의 추진력에 있어서 함량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열중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심지어 그것을 찾지 못할 때는 억지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선거운동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려고 한다. 선거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지인 등 주위사람들이 말려도 듣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인지부조화가 작용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할 정도다.

내가 한 결정이 우(愚)를 범하기도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려는 사람의 도덕성과 바른 몸가짐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내용을 새삼 거론치 않아도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 중 하나다. 고려 말 가정 이곡 선생은 목민관으로 떠나는 관리에게 ‘一心之義利 而庶民之休戚係焉 可不謹哉’(일심지의리 이서민지휴척계언 가불근재·목민관 한 사람이 마음의 의를 추구하느냐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데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건넸다. 예나 지금이나 자치단체장의 마음가짐은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은 단체장의 마음에서 나오고 그 정책은 지역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의로운 마음은 고사하고 도덕성은 물론 능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출마를 거듭하는 사례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런 후보들은 어쩌다 당선이 된 후에도 과다한 인지부조화로 인해 물의가 일어난 사례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다. 내년 지방선거에도 이런 군상들의 출마러시가 있을 게 분명하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지역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내가 한 결정이니까 옳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옆을 돌아보지 않게 만든다.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의 길도 막는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단절이 오고 결국 잘못된 결정을 밀고 나간다. 인지적 부조화를 인정하고, 잘못된 판단에 대해 태도나 행동을 바꾸어서 부조화를 줄여 나가려는 노력은 자칫 범할 수 있는 우(愚)를 줄일 수 있다. 자아도취에 빠져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를 결정하려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되새겨 보아야할 얘기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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