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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수원의 지하철 시대를 맞이하며

 

장소에 대한 기억은 역사이면서 자기 체험을 전제로 한다. 함께 같은 장소를 공유한 체험이 특별하다면 더욱 잊지 못한다. 1974년 8월15일은 서울 1호선 지하철이 개통하는 날이었다. 늦은 아침나절 선친의 손을 잡고 종로3가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지하철을 탔었다. 당시에 빨간색의 지하철은 참 신기한 명물이었다. 선풍기로 냉방을 했고 푹신푹신한 솜 좌석은 잊히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지하철 특유의 덜컹거림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마침 수원에서 서울 강남권을 40분대에 연결할 분당선 연장선 수원시내 전구간이 30일 개통된다는(경기신문 11월19일자) 보도를 읽었다. 새삼스럽게 수원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매탄동과 권선동에 얽힌 기억들

수원 매탄동에 부모님이 한때 살았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들렀다. 늦은 밤에 일 때문에 자고, 다음날에 출근한 적도 꽤 있었다. 아파트 단지이기에 아침마다 부산스럽게 일과가 시작되었다. 바로 앞에 매탄초등학교가 있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수다스러움이 넘쳤기 때문이다. 매탄동의 동명은 원래 ‘매여울’이라는 이름에서 나왔다. 매탄동과 매교동 경계에 있는 매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흐르다가 이 지역에서 여울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매여울’이라고 불리던 것이 한자로 ‘매탄’이라고 표기되면서 동네 이름의 유래가 된 셈이다. 살기가 좋아서 그런지 이제는 매탄1동에서 4동까지로 늘었다.

예전에 직장 문제로 권선동 근처에 살던 적이 있었다. 당시 유치원을 다녔던 큰 아이를 출근하면서 차로 데려주다 보니 뒷골목까지 속속히 누비며 다녔다. ‘권선’이란 동 이름은 고려 말 한림학사 ‘이고’가 낙향하여 백성들이 어질고 ‘착하게 살기를 권’하는 의미로 마을이름을 지었다. 이름 덕분인지 당시에도 주거 환경이 좋았다. 수원버스터미널과 번듯한 대형 마트도 모여 있었으니 말이다. 권선동은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에 있기에 교통의 요지이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 지하철역이 생긴다. ‘매탄권선역’이란 이름으로.

인계동과 매교동 거리의 기억들

인계동에는 나혜석거리의 먹자골목과 카페골목 덕분에 지인들과 모임에 시작점과 종착점이 되는 곳이다. 일상의 호불호와 선악, 그리고 미추를 시원한 맥주에 툴툴 털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데 최적의 공간이다. 또한 KBS드라마센터, 백화점, 수원시청, 수원문화예술회관 등이 있기에 동수원의 중심인 셈이다. ‘인계’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산골짜기에서 비롯된 작은 내가 있었기 때문에 ‘인도천’, ‘인도래’, ‘인도내’ 등으로 불리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에도 지하철역이 생긴다. 바로 ‘수원시청역’이다.

매교동은 한때 출퇴근 길목으로 익숙하게 드나들던 곳이다. 본래 수원역과 팔달문의 중간쯤에 위치한 ‘매교동’은 매교의 원래 이름은 매산교였는데, 정조 때 다리 이름을 ‘매교’로 바꾸었다. 매산리는 정조가 수원의 읍치를 팔달산 기슭으로 옮긴 이후 남부면의 산루동 지역에 속해 있었다. 현재 매교동은 팔달구의 중심지로 주요 기관단체가 밀집된 곳이다. 또한 교통의 중심지로, 국도 제1호선이 동서남북으로 통과한다. 이곳은 도시행정의 기능을 하면서도 주거와 상가 병존 지역이다. 이곳에 생기는 지하철역은 ‘매교역’이다.

한때 작은 아이를 낳아 키우던 곳은 수원 율전동이었다. 당시엔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남쪽에 있는 대학들을 출강하던 젊은 선생이었다. 이곳에 ‘수원역’이 생긴다. 앞으로 여기에서 출발해 인천까지 가는 수인선이 개통되고, 신분당선 연장구간도 환승되면 수원역은 사방팔달로 중심이 될 것이다. 마침내 수원시도 본격적인 지하철시대를 맞게 됐다. 새로 생긴 4개 역에 각 역사마다 작은 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함께 열린다고 하니 벌써 기대감에 부푼다. 오는 주말에는 막내아이의 손을 잡고 새로 개통되는 수원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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