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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교황청과 통상협정

 

교황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초대형 FTA 흐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WTO 각료회의를 놓고, 교황청의 UN 및 제네바주재 국제기구 담당 상주대표인 실바노 토마시 추기경이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모르긴 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황청의 목소리는 얼마 전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문>에서 이미 예감되었던 바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규제였던 것처럼,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래서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들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을 하다가 죽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는 반면,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 뉴스가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 인간 자체가 쓰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간주되고 있다. 인간이 쓰고 버려지는 존재가 된 문화를 우리가 만들었고,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착취와 억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문제다.” 교황의 통렬한 비판과 분노는 주류경제학설에도 향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낙수효과 이론을 옹호하고 있다. 낙수효과는 자유시장 체제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면 세상에 더 큰 정의와 통합을 가져오는 성공적인 효과가 발휘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 이 가설은 경제적 지배 권력의 선의와 지배적인 경제체제의 신성화 작업에 대한 막연하고 순진한 신뢰를 표현한 것이다.”

내가 읽기에 WTO각료회의에 던진 교황청의 공개서한은 바로 이 <권고문>의 연장이다. 못사는 나라와 잘사는 나라 사이의 글로벌 양극화와 불균형은 국가의 권리를 부정하고 오직 시장과 금융투기만을 옹호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보이지 않고 때로는 가상의 새로운 독재(tyranny)가 탄생했다. 이 독재는 자신의 법률과 규칙을 일방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강요한다. 어떤 때는 그러한 정책들이 WTO 또는 양자 간 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서 협상된 통상규칙을 통해 고정불변의 것으로 된다는 사실은 더욱 나쁜 상황전개다.” 즉 FTA를 통해 합의된 협상결과는 조약이므로 우리 헌법상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이 순간 한낱 통상과 무역의 규칙에 지나지 않던 것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는 법률이 되어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다. FTA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법칙은 바로 이윤증대에 있다. 곧 이윤이야말로 모든 것이며, 복지, 보건, 환경, 일자리 이 모든 것은 이윤의 법칙에 종속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 된다.

교황청은 도하라운드(DDA)와 같은 WTO 차원의 다자협상이 지체되면서 역내 또는 양자무역협정이 급증하고, 최근의 환태평양 FTA(TPP)나 미-EU간의 환대서양 FTA(TTIP)와 같은 메가FTA가 등장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TPP와 같은 “지역무역협정의 확장이 더 많은 무역자유화를 향한 조치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협정들이 참된 다자간 협상에 기초한 바람직한 협정의 가능성을 반드시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 가장 중요한 점은 오직 다자간 시스템만이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라는 점인데, 이 시스템만이 비대칭적 지역무역협정에서 대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작고 가난한 나라들에게 실질적인 보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들 FTA에서 개도국이 취하는 가장 치명적인 양보 가운데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에 대한 독점을 제고해 의약품 접근과 구매가능성을 제약하는 것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과도한 법률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inclusive)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각 나라들의 정책공간을 제약하는 것이다.”

TPP가 무엇인지 알기를 원하면 한미FTA를 보라고 한다. TPP는 그렇게 교황청의 시선으로 볼 때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한미FTA가 11개 더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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