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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방만 공기업, 개혁 고삐죄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지 22일 만에 정치권의 개입으로 일단락됐다. 2009년 8일간 지속된 파업보다 긴 역대 최장기 기록을 남긴 이번 파업은 서민의 발을 담보로 크나 큰 불편을 초래하고 국가 경제적으로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다행히 최악의 파국은 면한 상태로 종료됐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과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어떤 식으로든 뿌리째 갈아엎어야 한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코레일의 철밥통 실태는 충격적이다 못해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겨준다. 영동선의 한 간이역은 하루 이용승객 10여명으로 지난해 수입은 100만원가량이었는데 인건비로 6억7천만원이 지급됐다. 역장 1명, 부역장 2명에 역무원 7명 등 총 10명이 배치돼 평균 인건비가 6천700만원에 달한다. 국민적 분노를 살 일이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시간만 흐르면 승진이 되는 ‘자동근속승진제’로 근무성적이나 징계여부에 관계없이 7급부터 3급까지 승진이 보장된다. 3급은 역장이나 여객전무, 소장, 팀장 등을 할 수 있는 간부급으로 정원이 6천809명인데 현재 인원은 7천831명으로 1천명 넘게 초과했다. 4급은 지금 1만2천554명으로 정원보다 4천800명 가까이 넘쳐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영 개선은 고사하고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코레일은 부채가 무려 17조6천억원이나 된다. 또 자본이 줄어드는 가운데 부채가 급증하면서 상반기에만 전년도 손실 규모인 2조8천201억원의 배 가까운 5조1천7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면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46.3%(2012년)로 절반에 육박한다. 독일, 스웨덴의 철도공사 27%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물론 강성 노조가 버티는 프랑스철도공사(SNCF)의 39.1%보다도 높다.

KTX 기관사의 평균 연봉은 9천만원에 이르러 항공기 기장(9천500만원)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며 선박 항해사(4천300만원)나 고속버스 운전기사(4천만원)에 비하면 연봉이 2배 이상이다. 게다가 이번 파업 가담자 1만1천명이 징계 통지서를 받았지만 코레일 내부 규칙엔 이른바 ‘징계 지우개’ 조항이 있다. 사장 표창을 받으면 징계를 감경해주는 것으로 지난해 전체 직원의 13%가 넘는 3천694명이 사장 표창을 받았다. 이런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그동안 전문성 없는 낙하산 사장들이 강성 노조에 휘둘려 타협해온 탓이다.

공기업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독점이 낳은 비효율의 전형이다. 적자가 나도 매년 정부가 보전해주는데다 경쟁이 없으니 경영효율은 남의 일이다. 노조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코레일의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개혁안에 왜 기를 쓰고 반대하며 최장기 파업사태로 이어졌는지 단박에 이해가 간다.

비단 코레일뿐만 아니다.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한해 국가예산보다도 많은 493조원이나 된다. 그 가운데 LH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9개 공기업의 지난해 상반기말 총부채가 358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들 공기업의 상반기 순손실(5조8천195억원)은 전년도 순손실(4조9천61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이들 공기업을 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안기게 될 것이다.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에 맞서 탄광노조를 굴복시켰던 영국의 대처 식이건 공항관제사 1만여명을 해고한 미국의 레이건 식이건 과감하고 단호한 개혁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전 정부가 그랬듯 흐지부지 미봉책으로 끝난다면 국민의 공분과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수차례 혁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신의 직장을 인간이 혁신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했듯 공기업 개혁은 선별적, 순차적 민영화만이 해결책이라는 게 강하게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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