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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농업진흥지역 지정·관리제도 개선 필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다 자신의 쇠침대에 눕혔다. 침대 길이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렸고,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려 죽였다. 모든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는 주객이 전도된 행동을 뜻한다.

요즘 농업진흥지역제도를 보면 침대에 사람을 맞추는 가히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 듯하다. 1992년도에 도입된 제도가 20년이 경과되었지만 지금의 사회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도입 초기의 규정에 얽매여 적용하다보니 이와 같은 느낌이 든다.

농업진흥지역은 집단화된 우량농지를 진흥지역으로 지정하였지만, 처음 지정 당시 국내 식량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정면적 확보를 위해 기준에 맞지 않은 지역까지도 농업진흥지역으로 편입시켜 지금까지 농업진흥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식량자급과 농업환경의 보존이라는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농민의 사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농하거나 농지를 팔고자 하는 농민은 높은 가격에 농지를 판매하고자 하므로 농지로 묶여 있다는 것은 제약이 된다. 최근 들어서는 농업기반시설의 정비와 쌀 소비량 감소, 농산물시장 개방 등으로 잉여 농산물이 많아 농지규제를 완화해 나가는 추세이지만 농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쌀 생산량은 420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1인당 쌀 소비량은 1992년 112.9kg에서 2012년 69.8kg으로 줄었고, 쌀 시장 개방으로 의무적으로 수입한 분량이 1995년 5만t에서 2013년 40만t이다. 재고는 84만t 정도로 재고관리비용에 쌀값 보존비용만도 6천100억~1조5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2015년이 되면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든지 지금처럼 시장개방을 유예 받든지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시장 전면 개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80만t 이상이 들어올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쌀 산업에 대한 각종 직접 지불제의 도입과 휴경보상제, 생산조정제, 겨울철 논 이모작 직불금 지원 등을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지만 그 외 현행 농업진흥지역의 재편과 같은 농업정책에 대한 획기적 종합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2015년 1월1일 쌀 개방이 가시화 될 경우 국내 쌀 시장은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업진흥지역은 농업생산 및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된 토지이용행위만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 등 농어촌산업시설과 일부 공공시설 등만 허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지금의 실정에 맞는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 중 농업생산기반이 갖춰진 규모화·집단화된 우량농지만 농업진흥지역으로 관리하고 그 외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밖으로 해제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도로·철도 공사 등으로 자투리가 된 토지나 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사업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지역이 많다. 해당 지역의 여건 변화로 농업진흥지역의 지정요건에 적합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토지의 면적이 2만㎡ 이하인 때에 해당하는 지역해제 요건을 좀 더 완화하여, 타 용도의 토지수요에 맞추고 농어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실에 맞게 농업진흥지역을 조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에는 ‘불가피한 사유로 운영이 불가능한’ 공장시설, 양어장 등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 지역은 동종업종으로 거래가 용이하지 않고, 농지로의 원상회복도 불가능하여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매수청구도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는 투기목적이 없다고 판단되는 이런 지역을 해제하는 규정을 서둘러 만들기 바란다.

제도는 사회시스템을 원활히 움직이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잘못된 제도는 시스템을 멈추는 우를 범한다. 농업진흥지역제도는 국토관리의 큰 틀에서 시대에 맞는 변신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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