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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생은 마라톤이다

 

오래달리기. 학창시절,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체력장 종목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체력장에는 오래달리기 말고도 여럿 있었다. 윗몸앞으로굽히기, 윗몸일으키기, 왕복달리기, 턱걸이, 멀리뛰기…. 이들 종목은 그런대로 합격 점수에 근접할 수 있었다. 단시간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100m도 버틸 만했다. 한데 유독 오래달리기는 나를 힘들게 한다. 정신력, 지구력, 인내력, 기초체력이 모두 부족한 탓이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체력장이 있는 날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뛴다. 매번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앞서 달리는 친구를 따라잡기는커녕 갈수록 뒤처져 꼴찌나 면하면 다행이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강조하던 시절, 내가 경험해 본 최장거리 달리기 이야기다.

꼭 10년 전 일이다. 잔설이 군데군데 얼어붙어 있고, 장갑을 낀 기억으로 보면 시기도 이맘때다. 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아니, 수원 경기대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광교산 버스회차장을 뛰어서 왕복하자는 친구의 꾐(?)에 빠져든 것이다. 자그마치 10km. 학창시절 내겐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던, 오래달리기보다 10배나 긴, 그래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 거리를 마라톤 선수 출신인 친구는 별거 아니라고 꼬드겼지만, 오래달리기에 젬병인 나로서는 처지가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체력장 오래달리기만큼 지나니 똑같은 현상이 찾아온다. 발은 만근이고, 숨도 어렵고, 애는 끊어질 듯하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그때 친구가 거든 “조금만 참고 뛰자”던 격려 덕에 왕복달리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맞다. 흔히들 시작부터 전력 질주하면 완주하기 어려운 게 마라톤이라고 한다. 힘을 안배하며 꾸준히 달려야 인생의 목표점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의 굴곡을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듯, 마라톤도 고난의 언덕을 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물론 컨디션 조절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도, 완주를 위한 사전 훈련과 적당한 긴장도 필요하다. 10년 전, 함께 뛴 친구가 무리하지 않도록 옆에서 속도 조절을 해주지 않았던들,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의 말을 해주지 않았던들 그날의 도전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고 말았을 게다. 혼자 하는 고독한 마라톤이고 인생이라지만, 때론 동반자가 필요한 게 마라톤이고 인생이다. 100세 시대인 요즘은 더욱 그렇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스무살 청년의 행복한 달리기를 그려낸 영화 ‘말아톤’도, 마흔 살에 마흔 번째 완주하는 동안 한국 마라톤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봉주’도 마찬가지다. 이봉주는 그의 마라톤 인생사에서 고통의 순간을 수도 없이 이겨내야 했다. 고교 시절, 그가 속한 마라톤 팀이 두 번이나 해체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자신이 목표한 꿈은 잃지 않았다. 동갑내기인 황영조 선수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때도, 무릎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어야 할 때도 그는 끊임없는 훈련과 승부욕으로 이겨냈다. 동료와 코치 등 주위의 도움도 한몫 했을 게다. 그 결과가 호놀룰루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이봉주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그의 마라톤 인생은 도전의 인생이었던 셈이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경기도 유일의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경기신문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오는 23일 수원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비롯 수원의 전설과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코스를 누빈다. 이미 국제육상경기연맹의 코스 공인도 획득했다. 총상금 규모도 1억여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봉주가 참가하는 이유는 이렇다. 체력장이 우리 국민의 운동 활성화에 적잖은 공헌을 했듯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늘어나는 마라토너들과 함께 완주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다. 부상과 슬럼프 등 갖은 역경을 이겨내던 시절, 그는 국민 마라토너라는 호칭을 얻었고, ‘봉달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2014 경기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마라토너들이 인생 같은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해 삶의 기쁨을 맛보았으면 한다. ‘봉달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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