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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외로움, 그리고 산다는 것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외로움에 떨어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지워지지도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치르고 나면 하교를 하거나 밖에서 돌아오면 으레 소리치는 말이 있다. 대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부르는 ‘엄마’라는 단어다. 하지만 곧 대답이 없으면 ‘콩당’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톤을 높여 다시 한번 부른다. 그러나 대답은 없고 집안에 자신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면 기운이 쏙 빠지며 풀이 확 죽는다. ‘어디 가셨나? 금방오시겠지’. 위안을 삼고 기다리지만 이내 초조함은 서러움으로, 서러움은 미움과 눈물로 바뀌고 사방이 컴컴해질 무렵, 뒤늦게 돌아온 엄마를 보는 순간 울음이 ‘빵’ 터진다. 외로움은 이처럼 여린 마음이라고 해서 비껴가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 무섭게 엄습하기도 한다. 성장을 거쳐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너, 나 사정은 틀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리 곁을 파고든다. 경우에 따라 짧고 가벼울 수도 있고 공연이 끝난 다음 무대 뒤의 공허함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가슴을 도려내듯 처절하게 다가서기도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며 살아가는 이런 외로움을 서양에서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외로움은 세계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감정이다. 왜냐하면 그 어느 누구든 그것을 경험해오기 때문이다’라고. 물론 위안의 뜻이 섞인 말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외로움의 존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외롭고, 어떤 이는 가끔 외롭다고 한다. 조직 내에서도 말단 직원들이나 리더나 외로움은 구분이 없다. 특히 혼자도 그렇지만 가족이 함께 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을 같이한 배우자가 내 맘을 몰라주면 더욱 야속하고 외로운 것 우리네 심정이다.

생활 속에 가장 외로움을 느낄 때가 ‘가정과 직장에서 혼자 식사할 때’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식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느낀다.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는 인식도 깊다. 인간의 기본 욕구 가운데 왜 먹는 것만큼은 혼자 하는 걸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이용한다. 할 수 없어서 음식점에서 먹어야만 한다면, 젊은이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스마트폰 서핑을 하며 식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나이든 사람이면 신문 등 읽을거리부터 찾는다.

지난해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모 방송국의 ‘먹방(먹는 방송의 준말)’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출연 연예인이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 이것저것 음식을 시켜먹는 것을 중계방송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은 대가족 중심이 아닌 1인 형태의 주거를 갖게 된 젊은이들의 외로움이 더해가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웃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 혼자 웃고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즐기고 나 혼자 아파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혼자 즐겨야한다는 사회구조를 고발하며 ‘젊은이들은 외롭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공감을 샀다.

최근 이 같은 ‘외로움’이 조기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노년의 외로움은 비만보다 2배나 더 위험하다고해 충격을 줬다. 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은 혈압을 증가시켜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는 게 이유다.

요즘 우리주위에 불합리한 사회적 모순으로 소외받으며 외로움을 겪는 서민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위정자는 안 보인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인들조차 무관심이다. 시인 정호승은 ‘수선화’라는 시에서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했다. 살아가기 위해 외로움을 견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그 뜻 깊은 일이 소외받고 있어 사회가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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