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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작심삼일을 열 번쯤 외쳐볼까

 

엊그제 웹 서핑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봤다. “직장인 98% 새해목표는 ‘작심삼일’로 끝났다”. 내용은 이랬다. 조사 직장인 10명 중 중 9명은 새해 목표를 세웠는데 그 가운데 거의 모든 직장인이 한 달을 채우지 못한 채 포기했다는 것이다. 세운 목표로는 ‘운동을 포함한 다이어트’가 응답률 55.3%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어학공부(42.4%), 자격증 획득(32.1%), 연애(13.5%), 금연 혹은 금주(8.5%), 악기 배우기(5.8%)였다. 작심삼일이 된 이유 또한 흥미로웠다. ‘나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결심이 쉽게 풀어졌다’가 가장 많았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노력을 해도 해도 원하는 결과에는 턱없이 부족해서 지쳐버렸다는 답변도 있었으나 모두가 자신보다는 타인이나 주변 환경을 탓해서였다.

그리고 곧 피식 웃음이 나오며 쑥스러움이 스멀스멀 손등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나 또한 올해 초 작심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 게 새삼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상기되곤 했지만 지금은 아예 까맣게 잊고 있는 기억이 새로워 혼자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목표한 것은 대략 3가지 정도였다. 살 빼고, 술 줄이고, 저축하기. 이 나이에 웬 저축인가 싶기도 했지만 매스컴에서 100세 기대수명이니, 20년 늘어난 노후가 어렵다느니 등등 겁(?) 주는 기사들이 많아 덜컥 목표에 집어넣고 추진하려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바보들은 결심만 한다고 했던가. 내가 꼭 그 꼴이다. 오징어 물맹세라는 얘기도 생각났다. 오징어가 물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 즉 물을 떠나 어찌 살 수 없음에도 물먹듯 다짐을 하는 어리석음을 빗대어 하는 말을 내가 실천한 꼴이 되어 버렸다.

조선 성리학(性理學)의 6대가 중 한 사람인 학자 임성주(任聖周)는 18세 되던 해인 무신년(1729년) 정월 초하루에, 자신이 지난해에 세웠던 새해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해 ‘얼굴이 붉어지면서 진땀이 흐른다’고 탄식하면서 ‘무신정월삭효자탄문(戊申正月朔曉自歎文)’이란 글을 지었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 같은 범부(凡夫)가….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위도 해 보았지만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부터도 그랬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예전 사람들처럼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덕성을 높이겠다느니 하는 등의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대부분 아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가장 흔한 계획이 금연, 금주, 다이어트, 어학 공부 등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꾸준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모양이다.

물론 특별한 사람도 있다. 재일교포 사업가 손정의는 열아홉 청년일 때 ‘20대에 사업을 일으켜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1천억엔의 자산가가 되고, 40대에 대기업가가 되고, 50대에는 30여 나라에 기업을 세워 온 세상을 연결하고, 60대에는 후진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우리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승지 곳곳에다 별장을 지어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며 삽시다.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인생의 목표를 청혼(請婚)에 넣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원 시절인 2011년 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작심삼일’(作心三日)을 열 번에 거쳐 꾸준히 해보라고 제안해서 세인들에게 회자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행동을 바꾸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습관이 바뀌려면 뇌를 바꿔야 하는데 단백질 합성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30일”이라며 “작심삼일을 열 번에 걸쳐 꾸준히 하면 결심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방법은 삼일마다 결심을 새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는 글도 덧붙였다. 다소 마부작침(磨斧作針)의 뜻이 담기긴 했지만 박 대통령이 거둔 결과를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이 사흘 만에 무너질 수 있겠는가를 되뇌이며 3월이 가기 전 다시 한번 작심(作心)을 해봐야겠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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