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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치인의 말은 천금 같아야 한다

 

6·4 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두고 정치권의 이른바 ‘거짓말 프레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과 통합 신당이 서로 질세라 약속을 안 지킨 거짓말 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과 한 공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킬 수 없으니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 바꾸기로 합리화하고 위기를 빠져 나간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무공천’ 이행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치열하다 못해 당의 존폐를 건 사투로 비쳐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속을 어긴 쪽(새누리당)은 여유로움을 넘어 당당한 반면 약속을 지키겠다는 쪽(새정치민주연합)이 죄인인양 더 안달복달이다. 그야말로 공천이 무공천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비정상’의 정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201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사항이다. 이 공약이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중론화하면서 순식간에 무효화한 것이다. “기초 공천제를 폐지했을 경우 위헌성의 문제, 후보난립 문제 등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달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기초공천제 유지에 쐐기를 박은 발언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공약 파기 주장에 대해 ‘공약 파기가 아닌 개선’이라고 오히려 당당히 맞받아치는 판국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 아니겠지…’ 하는 기대감을 저버리고 많은 국민에게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안긴 이가 있다. 안철수 의원이다. 그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두고 전형적인 말 바꾸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된다”고 폐지를 주장했지만 지난해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서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며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다 새정치연합 창당을 추진하면서 지난달 24일에는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또다시 ‘일괄적 폐지’를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말 바꿨다고 비난하면서 본인 스스로 말 바꾸기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은 또 “절대 민주당과의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한 약속도 어겼다. “연대 이야기 하면 고대 분들이 섭섭해 하세요”, “연대론은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도 했다. 이런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그가 지향하는 새 정치를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 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논란 끝에 공식 출범했다. 외견상 국회 의석 130석의 거대 제1 야당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축배를 들고 마냥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기초선거 공천 포기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발등의 불’이지만 서둘러 봉합하고 재정비하기도 시간이 빠듯하다. 문재인 의원을 위시한 민주당 친노 끌어안기와 윤여준 의장 등 기존 새정치연합 인사들의 이탈 막기도 큰 과제다. ‘정파의 이익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의 명분이자 국민과의 약속인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무조건 새정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중국 사기(史記) 계포전(季布傳) 중 ‘일낙천금(一諾千金):황금 100근(斤)을 얻는 것이 계포의 한번 승낙을 받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초나라 패왕 항우의 부하 중에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계포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훗날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유방이 계포에게 현상금 100근을 걸었으나 누구도 밀고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됐다. 한 지도자의 약속과 신의가 천금보다 더 가치 있다는 의미다.

정치인들의 무감각한 말 바꾸기의 저변에는 국민의 암묵적 관용이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에 상응한 응징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매개는 곧 선거이고 표로써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를 배반할 국민은 없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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