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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라

 

망연자실(茫然自失). 억장이 무너진다. 또다시 인재(人災)다. 초조한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가운데 국민들의 안타까운 탄식만 끝없이 이어진다. 자식의 생사를 찾아 뜬눈으로 밤을 샌 부모가 지키는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 강당은 깊은 정적에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아프다. 검푸른 바다가 ‘세월호’를 삼키고 날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정확한 탑승인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현실이라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배가 정말로 기울 것 같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얘들아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사랑한다.”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배가 가라앉는 순간 카카오톡 등에 남긴 애틋한 글에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 악몽의 16일 오전 8시56분. 한창 꿈 많은 우리 아이들과 60평생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했던 백발의 동창생 등 475명이 저마다의 추억을 기대하며 떠난 제주도 여행길은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물거품이 됐다.

오락가락하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차례의 번복과 오류 인정 속에 17일 오전 1시30분 현재 6명이 숨지고 290명이 실종됐으며 179명이 구조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인천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6천825t급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는 ‘침수중’이라는 급박한 사고 소식을 전한 이후 2시간20여분 만에 완전 침몰했다. 그리고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엄마 구조대 왔으니 끊을게”라는 말을 남긴 학생은 물론 실종자를 포함한 탑승객들은 사고신고 접수 이후 순식간에 침몰하는 선체와 함께 연락이 끊겼다. 구조에 나선 해군과 해경, 어민들은 눈앞에서 가라앉는 여객선을 보면서도 이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사고가 나자 민·관·군·경은 경비정과 함선, 어선 등을 동원하고 해군 특수부대와 해경 요원 등을 투입해 실종자 구조 및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침몰 여객선 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울음을 토해 낼 기운마저 잃은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전 국민이 두 손을 모으고 자신의 자녀와 형제, 부모, 우리의 이웃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만 기다리고 있지만 들려오는 것은 안타까운 소식뿐이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만큼이나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바뀌고, 흡사 전쟁이라도 치르듯 벌이는 구조의 ‘사투(死鬪)’ 뒤로 그리운 이름들이 하나둘 영영 이별로 돌아온다. 30분마다 들려오는 사고 현장의 구조 작업 소식은 모두 “선체 진입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전망이고, 사망자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비보가 날아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는 순간이 마지막이 되는 것처럼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한명이라도 더가 지금의 전부다.

1995년 5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물 한 모금 먹지 않은 채 사고 17일째인 377시간 만에 기적적인 생환으로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박승현씨처럼, 다시 곁으로 돌아올 우리 아이들과 이웃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먼저다. 그리고 강한 조류에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쏟아 붓는 악천후에 발만 동동 구르는 부모와 가족의 마음을 가슴에 담아 가라앉은 배에 공기를 주입하고, 거센 조류로 잠수부 선체 투입이 어렵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뒤집힌 배 밑창을 뚫어 구조대를 투입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모든 조치를 다 동원해서라도 구조에 나서야 한다.

현장을 찾았다가 물세례를 맞은 국무총리가 현장에서 구조를 총괄지휘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실종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함께 구조를 독려하고 나선 지금 우리에게 무슨 말이, 또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국민을 위한 나라’ ‘국민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데 나라의 모든 것을 거는 정부’. 대한민국의 국민을 구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우리에겐 없다.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하라. 그래야 대한민국을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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