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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대립’ 아닌 ‘통합’의 인물 율곡 이이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경세가이자, 사상가이고, 조선시대의 스승이다. 율곡은 전형적인 사대부의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학자로 대성하거나, 관료로서 탁월한 업적을 남겨 관료로서 성공하든지, 제자를 키우는 훌륭한 스승이 되는 일 중 한 쪽에만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율곡은 이를 모두 이루었다는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대단히 총명하여 이미 3세에 글을 읽었고, 8세 때에 경기도 파주 율곡리에 있는 화석정에 올라 시를 지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화석정은 율곡이 성장기에 학문을 익히고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후진을 양성하던 곳으로, 율곡의 학문과 사상의 형성에 중요한 장소이다.

율곡은 관직에 진출한 이후 시대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이를 고치려한 선각자이다. 임금에게 직언하여 위로부터의 개혁, 곧 경장(更張)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간 잘못된 현실을 고치고자 하였다. 특히 공납과 군역의 폐단 등 수취제도의 잘못을 바로잡고 서얼에게 청요직을 주지 않는 신분제도의 모순을 고치고자 하였다. 또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미래에 대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선조는 율곡을 마음으로 존경하였지만 경장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여 율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직에서 물러나서는 학문에 정진하여 조선의 성리학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성학집요』 『격몽요결』을 남겼고, 「만언봉사」의 개혁안은 조선 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 사상가 역사 속에만 모신 우리



조선 후기 역사는 율곡의 학문과 경장을 배우고 실천하는 시기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율곡의 주장은 대동법의 구현, 균역법 등으로 실현되었다. 그의 학문은 관학의 표준이 되었다. 대표적 저서인 『성학집요』는 경연의 교재가 되었으며, 『격몽요결』은 초학자가 반드시 읽어야할 교육서가 되었다. 율곡은 사후 숙종 때 성균관 문묘에 배향되어 ‘동국 18명현’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해주 석담의 소현서원, 파주의 자운서원 등 전국 20여개 서원에 제향됐다. 조선시대 율곡은 최고의 경세가이자 조선 후기를 지배한 위대한 스승이었다.

21세기인 오늘날 우리는 율곡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5천원권 지폐의 도안 인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어느 나라든 화폐에 들어가는 인물은 그 나라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인물이다. 율곡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이기에 화폐 도안 인물이 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 유적은 국가 지정 또는 도 지정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으며, 파주시는 율곡을 학교, 아파트, 문화 공간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파주시의 대표 축제가 율곡문화제이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율곡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시대 문제 개혁하려한 열정적 인물



우리 역사상 뛰어난 경세가이자 사상가, 교육가인 율곡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율곡이 우리에게 남겨 준 교훈은 자기 시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개혁하려고 한 열정, 정신과 사물을 대립과 갈등으로 보지 않고 통합과 절충으로 풀려고 한 세계관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바이며,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고 충돌하는 우리 사회에 유효한 사상과 경륜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부딪힌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그의 사상과 경륜에서 구하는 이를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율곡이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사상가인데, 우리시대가 유교를 계승할 가치가 없는, 버려할 고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우리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우리 역사에서, 율곡 같은 선현에게서 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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