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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문화예술계, 선거 논공행상 경계해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에게는 축하와, 앞으로의 임기 동안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기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이제 남은 과제 중 하나가 논공행상이다. 선거에 기여한 공을 잘 살펴서 상을 주는 것이 정당민주주의 제도에서 그리 탓할 일은 아니겠지만, 공공기관의 기관장 등 요직을 선거 공신들에게 나눠 줄 당연한 선물로 생각하는 발상은 문제가 된다. 대선 후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부적절한 인사 등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생생하게 목도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후 터져 나온 소위 ‘관피아’의 실상은 우리 사회의 후진적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선거 캠프 출신 인사를 중용하더라도 자치단체장의 뜻을 잘 헤아리는 훌륭한 전문가를 기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이 형편없는 인물을 단지 충성심의 보상 차원에서 기용하는 것은 버려야 할 구시대적 발상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관피아와 논공행상 인사가 제발 척결되었으면 좋겠다. 전문성 대신 연고와 보상 논리만으로 인사를 하는 관행은 여전히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공직 은퇴 후 문화예술기관을 당연한 수순처럼, 자신들만의 자리인 양 신의 직장으로 만드는 부도덕한 전횡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예술계도 그 세계만의 전문성이 있다. ‘아무나’가 와서 심심풀이 삼아 행정과 경영을 하는 곳이 아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며, ‘문화융성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하려면 이런 관행부터 과감하게 몰아내야 한다.

문화예술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섬세하고 종합적인 안목과,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고도의 창의력이 필요하다. 예술경영이라는 학문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기관은 특성상 한 분야의 작업 결과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보통 한 사람이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접촉하고 다루려면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해서 인문과학, 홍보와 마케팅, 조직, 인사, 회계 등 종합적 능력의 소지가 요구된다. 기관 운영과 관련된 전문 교육을 받은 이들은 주로 예술경영을 전공한 인력인데, 능력 없는 비전문가들의 낙하산 인사가 이들 전문 인력의 설 자리를 없애고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게다가 성과와 실적 중심의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열정과 동기는 사라지고, 발로 뛰어다니며 현장의 생생함을 익혀서 예술경영 전문성의 새로운 상상과 창조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본연의 의무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창조적 작업이 아닌 근거 서류 작성에 매여 전문성은 끝내 발현되지 못한 채 책상지기 관리자들만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자치제도는 문화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기관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공동체와 협력 모델 개발, 지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체험을 이끌어 낼 지역밀착 전략이 대세이다. 새로운 공동체 예술의 개발, 아마추어 활동의 진작과 창조적 예술 체험을 통한 관객개발 및 지역문화 발전에 적극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한편,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를 바라지 말고 사람과 지역사회에 대한 장기적 예술 철학이 반영된 전략을 수립하기 바란다. 지역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에서 건져낸 원형질들을 현대적 공연예술의 감성에 어울리도록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과 열정이 필요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아직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을 둘러싼 환경과 운영 여건은 선진국이나 중앙기관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일관성 있게 큰 호흡으로 기관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과 관객은 없고 정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누가 이 일을 해야 할까. 선거 후 논공행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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