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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백령도 점박이물범이 울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바다 속에서 남·북한 해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점박이물범을 2014인천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한 바 있다. 점박이물범은 한 번도 다른 곳의 마스코트로 사용된 적이 없고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생겨 캐릭터화하기 쉬웠을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가 된 바라메(Barame), 비추온(Vichuon), 추므로(Chumuro) 등 점박이물범 삼남매는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서해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물범들은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서 생활하는 데 반해, 서해의 점박이물범은 1년 중 출산기를 제외하고는 북위 38도 이남인 백령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생활한다. 매년 11월쯤 북상하기 시작하여 보하이만(渤海灣)과 랴오둥만(遼東灣)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다. 출산 직후 곧바로 교미를 한 뒤 4월쯤 다시 회유지인 백령도로 이동하여 여름을 난다. 새끼는 수유(授乳)가 끝날 때쯤 털갈이를 시작하며, 성장하면서 검은 반점이 생긴다. 그래서 점박이물범이 되었다.

점박이물범은 동그란 눈망울을 굴리며 경계하는 눈초리가 애처로운 해양포유류이다. 뾰족한 주둥이 위턱의 제3협치(頰齒), 즉 뺨니가 가장 큰 것이 특징으로 그 모양새가 귀엽다. 또한 둥글둥글한 유선형의 몸매가 물을 헤치고 나아가기 용이하다. 그래서 잠수함을 개발할 당시 과학자들은 물범의 신체 외부를 잠수함의 외관구조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또한 수중침투를 주목적으로 삼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도 물범(Seal)에서 유래됐다.

남·북한 평화의 상징이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8천여 마리가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70여년 사이에 개체수가 부쩍 감소하여 현재 200~300여 마리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2004년 점박이물범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천연기념물 331호로, 해양수산부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하였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 점박이물범은 공식 마스코트로서 국제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는 중국 어선들의 백령도 근해 출몰이다. 쌍끌이식 저인망을 사용하는 중국 어선들로 인해 서해의 어족자원이 고갈된다는 사실이다. 백령면의 수산물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어획량이 꾸준히 감소(2010년 162만264㎏, 2011년 143만5천576㎏, 2012년 74만6천702㎏)하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이 백령도 등 북방한계선(NLL) 근해의 어장을 중국에 팔아넘겼다는 보도도 있었다. 식량자원이 부족해지면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당연히 이곳을 떠나거나 자연적인 개체수 감소가 이뤄질 것이다. 먹이사슬의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천시의 무지(無知)다. 점박이물범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점박이물범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령도의 용기포 신항에 들어서면 점박이물범과 효녀 심청의 조각상이 우리를 반긴다. 그런데 점박이물범 조각상이 야릇하다. 점박이물범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점박이물범은 물갈퀴가 짧아 접히지 않는다. 목 부위의 상체도 절대 들어 올릴 수 없다. 반면 물개는 앞다리 격인 물갈퀴가 접히고 몸의 상체도 들어 올릴 수 있다.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조각상은 물갈퀴가 접혀있고 상체를 반듯하게 들어 올렸다. 누가 봐도 점박이물범이 아닌 전형적인 물개의 모습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조속히 중국 어선들의 우리 근해 침범을 막기 위한 한·중 외교협상을 실시하여 어족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또한 인천시도 아시안게임 시작 이전에 점박이물범 조각상을 바로잡는 것이 새롭게 취임한 인천시장의 올바른 행정능력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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