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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인샬라(inshallah)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 먹은 하나님/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나님/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하나님 당신은 죽어 버렸나/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쓰레기 더미에 묻혀 버렸나. 가엾은 하나님’(故 김흥겸 전도사 ‘혀 짤린 하나님’).

한반도에 억압과 폭력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대에 민중가요로 불렸던 노래다. 당시-지금도 유효하지만- 보수적(?) 한국 기독교권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한다. 이제는 빛바랜 이름이겠지만 또 여전히 존재이유가 있는 EYC(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에 소속된 불순한(?)사람들의 입에서만 오르내린 노래이기도 하다. 절대유일신인 하나님을 혀 잘리고 귀먹고 화상당하셨다고 하고 게다가 죽었다고까지 하니, 이단을 넘어 십구단쯤 되는 무리들의 망령이겠다. 그것도 감히 피조물 주제에 말이다.

기독교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주옵소서’를 외치는 빚쟁이인 조물주와 그의 독생자인 예수에 대한 시 가운데 절창은 김정환이다. 이제는 지난 이야기가 됐지만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절친인 그의 일화 하나. 故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강 장관이 법무부 장관 되던 날, 시인은 “장관임기 끝난 뒤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가장 가까운 친구를 멀리했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명문세도가 출신들이 여성 장관에게 끈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던 날 소줏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삶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2006년 홍대의 한 카페에 예인들이 모였다. 조금 늦게 그 자리에 참석한 나는 진풍경을 보고야 말았으니, 시대의 예인 김정환이 벌써 만취해 코를 곯며 자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각자의 주제로 바쁘고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묵인된 듯했다. 그 어느 시선과 분위기에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 이 시대의 유아독존을 보는 듯했다. 분명, 나만의 느낌이리라.

그의 연작시 황색예수전 가운데 서시를 살짝 훔쳐보자.

‘그대는 살과 뼈와 피비린 인간의 모습./인간됨의 가장 비참한 모습./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그대는 하늘 그냥 늘 푸른 하늘일 뿐/그대 못박힌 손발의 상처에/갈수록 아픔이 생생한 살이 돋는 사랑을/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그대도 어쩔 수 없다,/힘은 그대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우리가 그대의 사랑을 확인할 때/(그것은 항상 너무 늦었을 때)/그대가 확인하는 것은 우리의 돌아선 뒷모습./그것은 그대의 위대한 슬픔/…(하략)’

신은, 그 이름이 야훼든 여호아든 부처든 알라든 예수든 공자든 관음장이든 할아버지 신이든 할머니 신이든 ‘살과 뼈와 피비린 인간의 모습, 인간됨의 가장 비참한 모습’을 품어야 하는 부류다. 아픈 자나 억압받는 자나 약한 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지켜야 한다.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그런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강자의 논리로 굴러가니까. 진영 논리에서 우위를 점한 세력이 자신의 적대적 세력을 ‘악의 축’ 따위로 규정하고 무차별 공격을 할지라도 그 안에 있는 백성들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것을 벗어나면 아무리 선한 의지를 명분으로 하더라도 ‘루시퍼’일 뿐이다.

최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후보자가 뱉은 망언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죄악이 하나님의 뜻이라니. ‘어떤 사람이 과거에 한 말로 발목을 잡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폴그맨(Polgman : 개그맨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정치인)의 말 따위는 입에 담기도 싫다. 말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주대 시인의 말을 빌려 더러운 입을 씻으려 한다.

“항일투쟁기 일본군은 수많은 조선 처녀들을 전쟁터로 끌고가 강간하고 죽이고 버렸다.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하나님은 강간범이고 살인자다. 문창극에 의해 오늘 대한민국의 하나님은 개만도 못한 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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