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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규제완화’의 진실

 

이 정권 들어 ‘규제완화’야말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만병통치약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고, 또 이를 정부 차원에서 매우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규제완화’란, 개별 기업과 산업 전반에 작용하고 있던 정부에 의한 일련의 정책적 개입과 구속을 풀어 생산을 비롯한 기업의 전 사업 활동의 자유를 최대화하여 기업의 잠재생산력을 높여 결국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말한다. 이러한 ‘규제완화’의 경로를 거치게 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또 생산 활동의 규모도 커지게 되면서 그 결과 자연스럽게 노동자도 임금과 고용의 측면에서 그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논리인 게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같은 ‘규제완화’는 기업 및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생산성’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수요’라는 것이다. 통계를 활용하여 ‘계량적으로’ 분석해 보면, IMF위기 이후 한국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증감률은 해당 산업의 수요증감률에 매우 탄력적으로 움직여 왔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 중 수요 변동의 규정성이 가장 크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분석에 의거해서 보면, 즉 지금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규제완화’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안정화’를 통해 ‘총실질소비지출’이 안정화될 때, 일차적으로 ‘소비수요’ 증대에 따른 생산 및 투자 증대의 선순환이 형성되면서 경공업 부문의 생산성이 증대하게 되고, 또 이는 경공업의 중공업 및 원자재 부문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켜 중공업의 투자증대를 유도함으로써 이번에는 중공업 부문의 생산성이 증대하게 된다. 즉 생산성 증대를 비롯한 경제의 선순환은 ‘소비’ 수요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이 절대화하고 있는 명제, 즉 ‘생산이 생산을 낳고 또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잉태된 ‘규제완화’는 이렇게 실증적으로 보면 시장주의자들의 이념적 궤변에 불과하다. 또 ‘규제완화’를 그렇게도 집요하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 이는 국가의 ‘규제가 없던’ 19세기 영국의 순수자본주의를 모델로 하여 구축된 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체계를 배운 시장주의적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밥벌이 수단이자 학문적 기득권인 그들만의 경제학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발악으로까지 보인다. 왜냐하면 경제시스템에서 ‘규제’가 없어져야만, 자신이 비싼 학비 주고 자유주의 경제학의 메카 미국에서 공부한, 또 강단에서 수십 년 우려먹은, 규제를 상정하지 않는 순수자본주의를 전제로 하는 경제학 모델이 현실과 더욱 가까워질 것이니, 이를 앞으로도 더 써먹을 수 있고 나아가 현실에 대해 뭔가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양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해서, 개별 기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화, 임금 안정화, 나아가 생산성 증대 성과에 연동되는 노동자 임금을 확보하여 추가적인 임금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250년사 가운데 가장 획기적으로 기업의 또는 산업의 생산성이 증대한 시기는 주지하다시피 산업혁명의 시기다. 당시 면공업의 생산성이 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가? 바로 당시 유럽에 있어서의 폭발적인 인구 증대와 소득 증대에 따른 면상품 수요의 급증 때문 아니던가.

‘규제완화’는 현실경제와 동떨어진 친기업주의자의 한낱 이념적 지향에 불과하지, 우리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게 하는 정책수단은 될 수 없다. 실증분석의 결과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이 정권의 ‘규제완화’는 재벌대기업, 자유주의 경제학자, 그리고 친기업주의와 친시장주의의 문제의식에 매몰되어 있는 이른바 ‘모피아’ 경제관료들의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그 목적이 맞춰져 있다.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그 ‘규제완화’의 이면에는 재벌의 반동, 관료의 반동, 나아가 학문적 반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해서 진보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규제완화’는 싸워야 할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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