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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유엔무대에서 부끄러운 남북의 ‘맞짱 외교’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렸던 제69차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마치고 30일부터 러시아 방문을 시작한다.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 26일에 귀국했다.

문제는 이번 제69차 유엔총회에서 남과 북이 ‘맞짱외교’를 전개했다는 점에 있다.

‘맞짱외교’란 한마디로 양측이 일대일로 맞서 지지 않으려고 서로 싸우는 외교를 말한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포기와 인권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지를 강하게 호소했다. 이어,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의 회원국 대표연설에서 북핵폐기와 대북인권의 압박을 강하게 비판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강력한 비난과 이 훈련 종식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남과 북은 유엔의 외교무대에서까지 ‘맞짱외교’로 맞붙었던 것이다. 이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남북관계의 냉전적 대결 분위기가 유엔총회장까지 확대된 것이다. 유엔총회의 국제무대에서까지 남과 북이 ‘맞짱외교’로 싸우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유엔총회의 외교무대는 ‘다자외교의 꽃’이라고 일컬어진다. 해마다 유엔총회가 개최되면 유엔총회장의 밖에서는 각국의 외교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의 대통령, 총리, 수상을 비롯해 외교장관, 수행원 등 수천명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이 기간에 유엔회원국간에는 1천건 이상의 정상회담 및 장관급회담 등 각종 회의가 열리게 된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가 남과 북의 협력외교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고 북한의 외무상도 15년 만에 처음 참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과 북은 유엔총회장을 활용해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없었다. 오히려 ‘맞짱외교’로 맞서기만 했다.

유엔 무대에서 남북의 ‘맞짱외교’는 ‘냉전외교’의 산물이다. 냉전기간 동안 남과 북의 유엔외교는 대결적 ‘맞짱외교’의 성격을 띠었다. 각각 정통성을 주장하는 남과 북의 대립은 유엔 총회장에서의 정치적 공방과 세력 대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맞짱외교’가 탈냉전기인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그 어찌 국제사회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탈냉전시대에서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敵)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실리외교’에 매달리고 있다. 실리외교란 적과도 대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전 국무장관(1997.01~2001.01)도 “평화란 친구가 아닌 적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외교란 적과 대화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렇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남한의 ‘주적’(主敵)이라고 해도 한민족의 통일상대인 만큼, 우리는 유엔무대에서 냉전시대의 ‘맞짱외교’로부터 벗어나 탈냉전기의 실리외교로 들어가 북한과 접근해야 한다. 이것만이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부끄러운 남과 북의 분단현실을 극복해 통일미래를 열어가는 시발점이다.

조속히 남과 북은 어느 한 쪽이 이기고 지는 일방적인 통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모두 함께 사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은 다른 그 어느 국가가 결코 갖다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의 절대 과제이며,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이 적과의 동침, 적과도 대화할 수 있는 실리외교로 접근하여 접촉, 대화, 양보, 합의, 약속 등에 있어서 가시적, 비가시적 외교행위로 상대방에게 합리적 방법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무엇보다도 남과 북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합의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는 작업부터 우선 이루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남과 북이 유엔총회장에서 같은 목소리로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 동해병기문제, 과거사반성문제, 역사교과서왜곡문제,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을 일본정부에 촉구하는 일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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