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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때와 시기를 놓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무슨 일이건 때와 시기를 놓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특히 병이 그렇다. 치료의 시기를 놓치면 백약이 무효고 그 여파는 생사와 직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봄부터 가을까지 시기별로 해야 할 때에 해야 할 일이 다 따로 있다. 그것을 소홀히 하거나 놓치면 수확은 기대 할 수 없다. 바닷가 고기잡이는 또 어떠한가. 물때를 못 맞추면 그물과 낚시대는 텅텅비게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같은 가을철, 때를 놓치면 단풍구경은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소소한 것부터 중요한 때에 사람으로서 노릇을 제대로 못해 자괴감에 사로 잡히고 후회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두가 실기(失期)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어떤 일을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 합심해서 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일종의 의기투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시기를 놓치면 일의 추진이 어려워지고 결국에 가서는 일자체를 망쳐버리고 만다.

다시 말해 낭패를 보게 된다. 낭패란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 매우 딱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낭패를 당하면 아무일도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려 해도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른다. 이런 낭패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낭(狼)’과 ‘패(狽)’의 경우는 특정 동물을 지시한다.

옥편을 찾아보면 ‘낭(狼)’과 ‘패(狽)’ 모두를 ‘이리’라는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낭(狼)’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고,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은 가상의 동물이다.

그래서 ‘낭(狼)’과 ‘패(狽)’가 걸을 때에는 ‘패(狽)’가 늘 ‘낭(狼)’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낭(狼)’과 ‘패(狽)’가 합쳐져야만 걸을 수 있지, 둘이 떨어지면 그 즉시 꼬꾸라진다. ‘낭(狼)’과 ‘패(狽)’는 외형뿐만 아니라 심성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한다. ‘낭(狼)’은 흉포하고 지모(智謀)가 부족한 반면, ‘패(狽)’는 그 반대로 다소 순하고 꾀가 뛰어나다.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狼)’은 언제나 ‘패(狽)’의 도움을 받는다. 가령, 먹이를 사냥할 때에 ‘낭(狼)’은 ‘패(狽)’의 지시를 따라 먹잇감을 포획한다. 그런 까닭에 ‘낭(狼)’은 기꺼이 ‘패(狽)’를 등에 태우고 다닌다.

하지만 ‘낭(狼)’과 ‘패(狽)’는 서로 도와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낭(狼)’과 ‘패(狽)’ 모두는 걸을 수도 없고 사냥을 할 수도 없게 된다.

먹이를 사냥할 수 없으니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뒷다리가 없는 ‘낭(狼)’과 앞다리가 없는 ‘패(狽)’가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져 있는 상태가 ‘낭패(狼狽)’라는 것이다.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 때와 시기를 알아야 하는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때를 놓쳐 국민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을 대신해 나라살림을 어떻게 했는가,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의 삶을 위협했던 일은 없는가. 국정 전반에 대한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때’가 바로 국감이어서다. 이 때를 놓지면 또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바로잡아지지 않은 적폐들로 인해 받아야 하는 고통의 몫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남긴 채.

표류하고 있는 남경필경기도지사의 야당과의 연정제의도 다를 바 없다. 남 지사의 공약대로 당선직후부터 야당과 연정에 대해 논의한지 100일 넘게 지났지만 점점 때를 놓치고 있어서다. 지금은 사회통합 부지사 야당인사 추천여부조차 확정짓지 못하는등 논의마저 정체 상태나 다름 없다.

그로인해 도정(道政)도 추진력을 발휘 못하고 조직은 우왕좌왕이다. 그나마 엊그제 ‘예산과 인사권을 의회와 나누겠다’는 남 지사의 진일보된 제의가 나와 또다시 논의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여 다행이지만 이번에도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특히 야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정치가 때를 놓치면 무슨 낭패를 볼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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