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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위험사회와 위험국가

 

또 사고가 났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 홍도 앞바다에서도 큰 사고가 날 뻔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며 난리를 쳤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고, 야당은 야당대로 세월호 특별법에만 매달려,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이는 이번 사고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환풍구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면 모르겠지만 이미 과거에도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트래블러스 보험사라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그는 산업재해에는 통계적 법칙이 있음을 주장했다.

즉, 그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던 것이다. 이는 큰 사고란 우연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다가 결국은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항상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사건들을 방치하면 반드시 큰 재해를 맞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하인리히 법칙을 이번 환풍기 사고에 대입하면 이렇다.

2011년 경기 화성에 있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 근처 주차장 환풍구 지붕에서 한 초등학생이 놀다가 추락한 사고가 이었는데, 당시 추락한 박모군은 뇌신경이 손상되는 영구적 장애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2013년에는 부산의 한 백화점 환풍기에 고교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이런 사고들은 이미 이번 사고의 전조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환풍기 문제를 방치했던 지자체와 국가는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근본은 외면한 채, 사건과 사고를 너무 정치화하는데 몰두했다는 책임을 정치권은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사고의 재발장지,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월호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과거 안전사고의 사례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사고를 유형화하고, 이를 근거로 사례별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데 전념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하지 않은 채, 오직 세월호 특별법만 가지고 밀고 당기는 이른 바 ‘밀당’만을 하고 있었으니,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은 분명히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안전사고에 대한 국민적 무감각증을 일깨우는 일도 병행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경기도와 성남시 그리고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 언론사는 자기들끼리 ‘명의 도용’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물론 남경필 지사는 최종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지금 이 와중에 이런 공방을 벌이는 측이 있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참사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나는 관련 없고, 다른 사람들이 책임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한은, 이런 참사는 발생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 천주교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내 탓이오” 운동이 지금 절실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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