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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들 셈인가

 

1997년 경제위기는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을 확대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외환부족으로 비롯된 경제위기는 자본에게는 합리적인 경영구조 개선과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 이에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와 자유로운 해고가 해마다 증가해왔고, 자본은 노동통제 권력을 고스란히 수중에 거머쥐게 되었다. 반면 노동자의 삶은 해마다 고단해져왔다. 오르지 않는 임금, 해고의 위협과 계약기간의 만료,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던 노동권, 무엇보다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도시국가인 마카오와 홍콩을 제외하면, 출산율이 1.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이 되었다. 출산율은 복지국가의 세대간 연대를 위한 매우 중요한 지표이고, 우리 사회처럼 고령사회로 진입한 국가에선 출산율 증대가 공적연금을 지탱해주는 기본적인 자원이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가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하고, 그 정책의 방향은 국민들이 이 사회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문제를 해결하고 소득구조를 개편하는데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계 부처는 '2015년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계 관료들은 최근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면서 더욱 강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새해 경제운용 계획의 핵심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정규직 과보호론’은 경직된 정규직 고용에 대해 임금 및 고용 안정성 모두를 보다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규직을 더욱 유연화해서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투자와 일자리를 증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자유로운 해고와 비정규직 증가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됐던 논리다. 또한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정책을 전면으로 사용했던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즐겨했던 매뉴얼이다. 그러나 이 매뉴얼의 결과는 기업이 노동비용에서 줄인 이윤을 결코 일자리 창출에 재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위기 이후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왔다.

1995년부터 2012년 사이 국민총소득(GNI) 중 기업의 소득인 법인소득과 가계소득의 불균등이 매우 심화되어 왔다. OECD 국가의 국민총소득 중 법인소득은 평균 16.6%에서 18.2%로 1.6%p 증가한 반면, 한국 법인소득 비중은 11.9%에서 16.3%로 무려 4.4%p 증가해서 OECD 평균 증가율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가계소득 비중은 OECD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OECD보다 5%p 이상 떨어졌다. 이렇게 볼 때, 자본의 마음대로 노동을 사용하게 될 경우 결코 가계소득의 증가를 유도할만한 분배나 재투자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에게 10%에 이르는 20대 실업률, 45%에 이르는 비정규직(비정규직의 97% 임시근로자), 정부정책에 힘입어 11%로 증가된 시간제 근로, 289만원의 정규직 평균임금과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인 144만원이라는 비정규직 평균임금이 주어진 현실이다. 약 300만원의 정규직 임금이 높은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자본의 노동비용이 너무나 적은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대책은 재앙일 뿐이다. 노동계와 시민들은 꾸준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정규직 임금을 나눠서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 공평하고 평등하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말했던 국민 모두가 행복한 국가, 즉 국민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는 국가였던가?

이제까지 친자본적인 노동정책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또한 변화되지 않는 노동에 대한 착취로 국민들은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본만을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는 결코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정부가 자본의 꼭두각시가 아닌 국민을 위한 ‘공직’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노동의 현실과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국민의 시각으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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