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그 시절 고증에 신경 많이 썼죠"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작품 선봬

가족에 헌신하는 아버지 이야기

정교한 CG 작업에만 1년 투자

세대 간 소통 계기 마련하고파

17일 개봉을 앞 둔 영화 ‘국제시장’의 감독 윤 제 균

“아버지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못한 게 평생의 한이었죠. 언젠가는 꼭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국제시장’으로 돌아온 윤제균(45) 감독의 기억 속 아버지는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무뚝뚝하고 엄한 분이었다고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신장암을 앓던 아버지의 임종 순간에도 그는 “그동안 감사했다, 고마웠다”는 얘기를 선뜻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 2004년 아이를 낳고 아버지가 되면서 “평생 당신이 아니라 아내와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그가 천만 영화 ‘해운대’(2009)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국제시장’은 그의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한 아버지 ‘덕수’(황정민)에 대한 얘기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윤 감독은 “겉으로 표현은 잘 못 하지만 가슴 속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품은 아버지의 캐릭터를 영화에 차용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할머니의 산소에 성묘를 갔는데 아버지가 목 놓아 우시는 것을 보고 충격이었어요. 그냥 아버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죠. 영화에도 그 모습이 나와요.”

영화 속 덕수 캐릭터는 이런 윤 감독의 실제 아버지 모습에서 따 왔다. 물론 덕수라는 이름도 실제 윤 감독 아버지의 본명이다.

“영화는 그냥 ‘누구의 아버지’ 이야기라기보다 누구의 아버지인 동시에 누구의 아들 얘기입니다. 젊은 세대도 지금은 누구의 자식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가 될 거고…. 남의 일은 아니죠.”

영화는 덕수의 20대부터 70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60년이 넘는 시대 상황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영화에서 풀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터.

윤 감독은 “선택과 집중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대별로 어떤 사건을 선택할지 선택이 가장 어려웠어요. ‘해운대’는 상상으로 표현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국제시장’은 그 시절을 살아온 분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허투루 할 수 없었죠. 얼마나 제대로 고증하고 재현하느냐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덕수 가족의 삶의 터전인 부산 국제시장부터 덕수가 파독 광부로 간 독일 함보른 광산, 동생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기술 근로자로 파견 간 베트남까지 시대상을 담느라 태국과 체코를 오갔다.

영화의 3분의 1 정도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해야 했다.

“CG가 ‘해운대’보다 많이 들어갔어요. 3천 컷 중에 1천 컷 정도 들어갔죠. 해운대는 보여지는 CG인데 이건 CG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필요하니까 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후반 작업에만 1년 가까이 걸렸어요.”

5년 만의 감독 복귀작이라 부담도 컸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관객을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죠. ‘5년간 뭐했느냐’라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할 것도 같고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잘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덕수’는 애초부터 황정민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윤 감독은 “황정민을 비롯해 그 역할을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은 상상이 잘 안 될 만큼 처음 생각했던 배우들과 같이 작업하게 돼 정말 행복했고 내가 인복이 많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며 “꿈만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한데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이해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이해를 못 하니 소통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는 우리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고, 어르신은 당신이 젊었을 때 치열하게 살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요즘도 치열하게 살고 있을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연합뉴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