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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골목상권에도 갑·을이 있다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찾아간 동네시장은 썰렁했다. 대목을 보려고 준비한 과일을 싸게 팔고 있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여러 언론에서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면 대형마트보다 20~30% 저렴하다는 기사를 내보내지만 소비자의 호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멀어지는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언론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마음이 멀어지면 발걸음도 뜸해지기 마련이지 않던가.

최근 언론보도에서 건물주가 무리하게 올리는 상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영화 ‘국제시장’에 나와서 유명세를 탄 점포주가 월세가 벅차다면서 장사를 접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까스로 지방자치단체의 중재로 계속 영업을 하게 되었지만,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틈을 봐서 세를 올리는 건물주가 있는 한, 전통시장 살려서 영세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정부의 정책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상생과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골목상권의 갑과 을인 건물주와 입점상인 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전통시장의 시설을 현대식으로 고치고 주차장을 넓혀도 건물주가 임대료만 올리면서 이득을 취한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는 옛말과 다름이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5년 유통산업 전망’에 따르면 소매유통시장 매출은 작년보다 2.2% 성장한 27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되는 매출성장률은 인터넷쇼핑몰(14.3%)이 가장 높았고 편의점(4.0%), 대형마트(3.8%), 홈쇼핑(3.2%), 슈퍼마켓, 백화점 순이었다. 전통시장은 작년 19조 7천억 원에서 금년 18조 7천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시장매출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강제 휴일까지 동원해도 활력을 찾는 시장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어 근본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중심상권을 살리기 위해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상권관리제도’를 도입하여 상권의 활성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영국(Town Centre Management), 일본(Town Management Organization) 등이 좋은 사례다. 미국과 영국제도의 특징은 그 지역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건물이나 부동산 소유주에게 상권개발과 관리에 필요한 분담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권개발을 위해 대부분을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건물주에게 분담금을 부과하는 이유는 상권이 살아야 장사가 잘되고, 장사가 잘되면 건물 가치가 올라가고 임대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재원으로 더 많은 고객이 오도록 상권을 개발하고, 집객력이 높은 공공기관이나 대형마트를 유치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들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갈등관계로 보지 않는다. 우리가 크게 배울 점이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업기능과 업무공간, 지역 문화가 결합되어 서비스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거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명동이 그렇고 남대문·동대문이 그렇다. 이곳들은 중국 관광객 요우커가 찾아와서 외화를 쓰는 수출거점인 셈이다. 물론 동네상권이 당장 그처럼 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자생력을 위해서는 점포의 경쟁력은 물론, 영업 환경과 건물주 등 각자의 상생협력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권 내 업종별 점포 배치, 고객의 유치, 합리적인 임대료, 지역주민들과의 교류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도시계획과 연계하여 전통시장과 인접 상권을 통합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제 전통시장은 종합적으로 상권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언제까지 전통시장을 살리자고만 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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