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문동만
박쥐도 그랬을 것이다
희디흰 얼굴로
어둠의 생계를 꾸렸을 것이다
사선(死線)이 된 평면에 발톱을 찍고
수직의 밥을 먹었을 것이다
끝까지 검어지지 않는 얼굴로
바닥을 천정이라 부르며
천정을 바닥이라 부르며
거꾸로 매달린 어둠을
한낮이라고 할 것이다
-일과시 동인시집 〈못난 시인/실천문학 2014〉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직장상사가 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불러서 가보니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밖에서는 사기도 치고 도둑질도 할 수 있지만 시를 쓰려고 백지를 마주한 순간에는 절대로 거짓말 하면 안 됩니다.”했더니 “그럼 나는 시를 쓸 수 없겠구만” 하며 쓸쓸해했다. 우리는 어둠의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박쥐처럼 살아간다. 퇴화된 눈을 가지고 해와 달과 별을 바라 볼 수 없게 되었다. 거꾸로 매달린 어둠을 한낮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어떡할 것인가 시인은 우리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