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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누가 뭐래도 ‘봄날은 간다’

 

3월도 벌써 중순을 넘어섰다.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입춘(立春)은 지난 지 오래고 봄의 향연을 예고하는 춘분(春分)이 낼 모레다. 한 두번의 꽃샘추위가 더 있기는 하겠지만 앞으로의 날씨는 따스한 봄날의 연속 그 자체일 것이다. 예로부터 봄은 여성의 계절로 불린다. 속담에도 있다 ‘봄바람은 처녀바람이고 가을바람은 총각바람’이라고 했다.

훈풍과 함께 봄이 온다는데, 그렇다면 봄이 어디서부터 오는걸까. 쌩뚱맞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여러 방향에서, 그것도 각각 다른 통로를 이용해서 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봄바람이 처녀의 바람인 것처럼 여인들의 옷자락을 타고 오는 것도 그중 하나다. 가볍고 얇은 천이 바랍에 나풀거리며 피부를 간지럽히는 느낌을 즐기려는지, 요즘 나들이하는 여인들의 옷차림은 분명 겨울의 것들과는 사못 다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봄은 그것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타고 오는 것 같다. 얼굴에 비치는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덩달아 추운 겨울동안 움츠려 구겨진 마음을 확 펴보고 싶은 심정이 봄기운을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잠자는 꽃 뿌리를 흔들어 깨워서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도 온다. 비록 찬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쳐도 새순과 꽃들은 차디찬 흙을 머리로 비집고 나오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서다. 또 메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의 잎과 꽃봉오리를 타고 오기도 한다. 소리없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봉오리로 변하고 이어서 꽃도 피우고 어린 새싹도 틔우며 각각 나름대로의 색깔을 뽐내며 봄을 알려서다. 이런 것들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평온함 속에 설레게 마련이다. 그리고 희망도 품는다. 계절중에서 설렘과 희망이 공존하는, 말 그대로 ‘봄날’이 도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봄도 언젠가 또 간다.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봄날은 간다’ 만큼 생명력이 긴 대중가요는 아마 없을 듯 싶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로부터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는 가사도 들물 것 같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1·2절 가사는 원래 이랬다. 초판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2절이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세상을 사노라면 우리의 삶 속에서도 간혹 이같은 ‘봄날’을 느낄 때가 있다. 겨울 삭풍을 참고 견디면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듯 우리네 삶도 근심 걱정을 겪고 나서 찾아오는 안도감, ‘요즘 같으면 살맛나네‘ 같은 평안함 등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봄날이 항상 있을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봄날은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기 일쑤다. 그것도 알 수 없게 슬그머니 사라진다. 봄날이 떠남을 특히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후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 땐 으레 떠오르는 말이 있다. ‘좋은 시절 있을 때 잘해’

높은자리 좋은자리에 앉아 있으며 그 자체가 인생의 봄날인 사람들에겐 더하다. 이런 봄날에는 대우받는 것도 남다르고, 따르는 자도, 아부하는 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어느덧 꽃도 지고 새도 떠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봄날에는 잘 모른다. 오히려 낙화(洛花)라는 잔해를 여기저기 흔적처럼 남긴다. 항상 봄날인줄 착각하는 국회의원이 그렇고, 정권의 실세라는 권력자들이 더욱 그렇다. 요즘 이명박 정부시절 봄날을 누린 많은 사람들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계절은 봄인데 봄날이 아닌 그들의 처지, 심정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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