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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자동문 앞에서

 

자동문 앞에서

/유 하

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언제나 문 앞에 서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자 감응 장치의 음흉한 혀끝이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스르르 문이 열리고 스르르 우리들은 들어간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들어가고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그때마다 우리의 손은 조금씩 퇴화하여 간다.

하늘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날개 없는 키위새

머지않아 우리들은 두 손을 잃고 말 것이다.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그,

어떤, 문 앞에서는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몸이건 사물이건 쓰지 않으면 낡고 퇴화된다. 무용지물이다. 손과 발이 없는 뱀처럼 스르르 기어다녀야 할 판이다. 편하고 쉬운 것만 찾다보니 언젠가는 몸통만 굴러다니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르는 것도 귀찮아 버튼이 있다. 누워서 떨어지는 감을 기다리지 않아도 스르르 진수만찬이 들어오는 목구멍들도 마찬가지다. 갑질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갑질들의 진상이 자주 보이고 있다. 그들은 그 부모의 힘과 돈이 없으면 문 앞에서 키위키위 우는 날개 없는 키위새일 뿐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처음부터,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만 열리는 그 어떤 문이 주어진다면 우리들은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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