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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그대 있음에 내가 있고

 

좀 오래된 얘기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서 연구 중 이던 어느 인류 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멀리 보이는 나무 옆에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주겠노라고 했다. 바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다투어 뛸것이라는 인류 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서 입안 가득히 과일을 베어 물고서 키득거리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다.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인류학자는 아이들게 물었다. ‘누구든지 1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 라고. 그러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분트(UBUNTU)’ 라고 합창 하듯 외쳤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행복하고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우분트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이다. 의미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라는 뜻이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졌고 유명해 졌다.

우리는 너나 없이 타인과 상관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수많은 공동체 속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어서다. 이같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행동은 타인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만약 타인과의 조화와 화합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주장이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사회와 집단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아픔, 감사와 서운함 등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서 더욱 그렇다.

5월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일년중 가장 많은 기념일이 있어 모두에게 부담이었던 달이다.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 그런가하면 석가탄신일과 세계인의 날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좀더 원만히 개선하고 그러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자는 의미에서 정한 날들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사회의 가장 근간이 되는 가족에 대한 날들도 많았다. 관계가 ‘가족’이고, 한 가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면, 행복을 구성하는 가장 소중한 관계 맺음은 누가 뭐래도 ‘나’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는 ‘5월’ 만이라도 나를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반성하고 실천하는 달이 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부터 그렇치 못했다. 체면 치레 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진정성이 결여된 ‘때우기’식 관계유지가 전부였고 그나마 어영부영 지냈다. 그리고 어느덧 6월을 맞이할 시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이라도 한 달 동안 가족들에게 내가 한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으므로 진정 가정이 행복 했는지. 나로부터 비롯된 갈등이 부부의 날 오히려 부부관계를 더욱 악화 시키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에겐 얼마만큼의 행복을 선사한 부모였는지… 잊고 살아온 스승에게는… 그나마 어렵게 맺어진 관계에 감사는 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보냈는지 등등.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나 때문에 행복하고, 너 때문에 나는 두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 ‘당신이 행복하면 당신 주위에 있는 평균 5명이 그 날 하루를 함께 행복해 한다’는 통계도 있다. ‘나’라는 존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말들이다.

가정의달이 얼마남지 않았다. 비록 지금의 세상이 어디를 가나 일등 아니면 최고를 따지는게 보편화 되어 있지만 사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란 것을 우리는 너무 잘알고 있다. 그런데도 실천 못하는게 우리들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라는 존재가 있다. 과연 나는 5월 한달 동안 어떤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6월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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