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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잊어서는 안 될 ‘국회의원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과 국회법 24조에 따라 국회의원의 임기개시와 함께 국회의원들이 국민 앞에 하는 선서다. 요즘 국회의원들을 보면 이같은 선서를 임기개시 때만 하지 말고, 회의가 있을 때마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경북 출신의 S국회의원(새누리당)이 보험설계사인 4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하여 또 논란을 빚고 있다. S의원을 경찰에 고소한 이 여성은 추가 조사에서 고소 이후 S의원 측과 만난 뒤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온 힘을 다해 성폭행을 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석연찮게 말을 바꿨다. S의원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없음’이라는 웃기는 결론을 냈다. 코미디보다도 더 우습다. S의원은 결국 지난 3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누리당 탈당계를 제출해 처리됐다. 이 말고도 그동안 저질러진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은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아직도 현역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의원선서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들이 본분은 망각한 것도 모자라 필부(匹夫)만도 못한 짓을 하고 다닌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의 정수를 100명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1인당 2조에 이르는 예산을 짜기가 버겁고, 직능별로도 전문화되지 못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다. 제 할 일이 뭔지도 몰라 국민들로부터 3~5%밖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집단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나 하려 한다. 너도나도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나 혈안이 되고, 비례대표들은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지역구 출마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이다.

국회의원 한 명을 늘리면 연간 7억원의 혈세가 들어간다. 세비 1억4천700만원에 7명 보좌진의 인건비 4억5천만원, 입법활동 지원 8천여만원, 사무실 운영비 2천440만원 등이다. 여기에다 KTX 선박 항공기 무료이용에 연 2회 1등석 해외출장 등 국회의원만이 누리는 특권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100명 늘리면 700억에 사무실 설치비용 등 부가비용가지 합치면 1천억이다. 차라리 이 돈이 있으면 민생현안 해소를 위해 쓰는 게 낫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물었더니 ‘줄여야 한다’는 57%,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세비를 반으로 줄이더라도 의원 수 늘리기에는 대부분 반대했다. 나랏 일에 무관심한 국회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결과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국가 발전에 손톱만큼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국민이 앞장서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나설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순간 국민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겨친다. 세비는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해마다 80% 이상 의원의 재산이 몇 억씩 늘어난다. 국민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무거워졌는지, 민생을 위해 어떤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 선거구에 다리를 놓고 도로 포장을 하고, 학교 강당을 짓는 예산을 끌어들이는 데만 열심이다. 지방의원의 공천까지 쥐락펴락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차라리 지방의원에게 더큰 권한을 주는게 지방자치시대에 걸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의원 정수 확대 문제는 여론의 지지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가능한 사안이다. 지금처럼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도 못하면서 의원 수만 늘려 달라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요구다. 무엇보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국회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그들이 누리는 특권만큼 국민들을 섬겨야 하는 게 도리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 선서의 내용을 지금이라도 꼼꼼하게 읽어본다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가를 깨달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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