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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소통의 미학

 

수도권의 양대 지자체인 경기, 인천의 수장이 엇갈린 행보와 평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천270만명을 태운 경기도호(號)를 이끄는 남경필 선장의 남다른 항해는 신선한 반향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아침이 행복한 경기도’를 비롯해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생명존중의 안전망 구축’, ‘따복마을 조성’ 등 공약을 하나하나 실현함으로써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신뢰의 도정을 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의 ‘소통행정’으로 친근한 도지사상까지 심고 있다. ‘메르스 극복 감사콘서트’에 출연해 경기도가 메르스에 가장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뒤로 한 채 도민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고 감동했다며 되레 감사 인사를 했다. 또 당시 북한의 포격 도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대화가 최고’라며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경기연정’, ‘교육연정’은 물론 도지사 공관을 관광숙박시설로 바꾸는가 하면 ‘도지사 좀 만납시다’ 자리를 만들어 동분서주하고, 공직 내에선 6급 이하 도청직원들과 점심시간을 통해 소통하는 ‘필~통’이란 모임을 열기도 한다.

남 지사의 이런 일련의 행보는 이전의 지사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가히 정치 고수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진정성과 실천 의지, 신념정치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진심어린 접근은 상대를 움직이고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감 있는 추진력은 곧 성취로 이어진다. 취임 초기 이미지 정치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이젠 떨쳐낸 듯하다.

반면 시세가 급성장하며 대구를 제치고 실질적인 국내 3대 도시로 부상한 인천시의 유정복 시장은 시민과의 소통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둘러싼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와의 4자 합의에 대해 ‘불통으로 야합한 밀실행정’이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들은 합의가 원천무효라며 원점에서 재협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내놓은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볼통이 만든 탁상공론’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안 되는 집은 뭘 해도 안 되고 백약이 무효인 형국이다. “소통은 공감을 전제로 책임과 의무를 나누는 일”이라는 일침이 유 시장에게 제대로 와 닿았을까?

이 시대의 대표적 키워드인 소통이 일상어가 되다시피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게다. 전임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취임 이후 8개월간 공식 기자 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아 ‘불통 대통령’이란 신조어가 생기면서부터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불통은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에 따른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가 사실상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소통(疏通)은 말 그대로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나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서로 교제하여 사귄다는 의미의 왕래(往來)와도 상통하며 교류(交流)와도 뜻을 같이 한다. 또 서로 간의 마음속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솔직한 태도로 품은 생각을 다 터놓은 상태의 허심탄회(虛心坦懷)와도 같다.

사실 소통은 인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 그 자체다. 어차피 인간은 사람과 사람 간에 대화 즉 소통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게 자명한 이치 아닌가. 그래서 소통은 곧 상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SNS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소통 부재를 호소하고 있다.

대만 출신의 거장 리안(李安) 감독의 수작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소통과 상생의 메시지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망망대해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호랑이 리차드 파커의 생존 과정을 다룬다. 파이는 생존을 위해 파커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표출하지만 이성과 본능의 공존을 받아들이면서 되뇌인다. “리차드 파커가 없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함께 살려면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도 그래서 유난히 이 시대에 와 닿는다.

가정도, 사회도, 정치도 독선, 독불장군의 시대는 갔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 부모와 자식, 부부, 상사와 부하, 노와 사 간에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진정성이 담긴 마음과 말, 행동이 교감하며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상생의 보합대화(保合大和) 사회로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나 자신부터 엄이도종(掩耳盜鐘)하지는 않은 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열린 사고로 모두를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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