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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추석이 힘들고 심란한 사람들

 

‘연휴 때 뭐 하냐’는 질문이 많은 것을 보니 추석이 코앞인 모양이다. 이맘때쯤 되면 심란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시쳇말로 ‘추석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두렵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따라서 공포(?)의 추석을 기피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가족 모이는 것이 껄끄러운 사람들은 나 홀로 지낼 궁리를 하고 처가도 애들과 부인만 보내는 극약 처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주로 중년의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론 정상적인 직장생활과 경제 활동을 하면서 가장으로서의 위신이 세워졌을 땐 안 그랬다. 명퇴와 실직의 아픔을 겪은 후 서로 안부 묻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자 이같이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아픔을 맛 본 뒤 처음 맞는 가장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는 시댁에서의 차례상 준비 등으로 등골 휘는 아내들이 겪는 고통이 사회적으로 많이 회자됐다. 하지만 최근엔 남편들도 실직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또 다른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가정불화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생(未生)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취업이나 결혼, 2세 출산 등 인생의 ‘중대사’를 아직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고통의 시간에 가깝다. 염려하는 듯 관심을 빙자해 친지들이 던지는 한마디는 자신들에게 붙은 미취업자, 미혼자, 미자녀 부부라는, 미생(未生) 꼬리표를 더 부각시키는 것만 같아 아예 발길을 끊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중에서도 솔로족들은 명절이 아예 기피하고 싶은 시간이 된 지 오래며 특히 30∼40대 중·초반 미혼자는 잠적해 버리기 일쑤다. 또 결혼을 했어도 난임 등의 문제로 자녀를 갖지 못한 부부들은 명절이 두려운 나머지 ‘애 만들러 여행 간다’는 핑계로 시댁과 처갓집 모두를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진 젊은 남편들도 연휴가 반갑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최악의 교통체증을 뚫고 겨우 본가 혹은 처갓집에 도착하면 파김치가 되어 겉돌고, 돌아오는 귀경길엔 어김없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려운 사람들은 또 있다. 시댁에 가야하는 여자들이다. 음식 장만도 일이지만 시댁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가 말끝마다 친정과 비교해서다. 결혼 십 수 년차나 그 이상 지난 ‘내공’이 쌓인 주부들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도 저도 아닌 주부들은 명절 때마다 매년 들어야 하는 탓에 죽을 맛이다. 특히나 곪아있던 가족문제가 불거질 경우 ‘명절 이혼’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시댁이나 친정에서 서운한 대우가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라며 ‘이혼까지야’라고 하지만 현실이다. 이 같은 사실은 추석 이후 부부 이혼이 10~20% 급증한다는 대법원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가. 추석을 원만히 보내기 위한 부부 십계명까지 나왔다고 한다. “미리미리 대화를 통해 부부 사이에 ‘신뢰의 마일리지’를 쌓아라. 남편! 시댁 가서 아내 편을 들어라. 아내! 친정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기지 말라. 남의 부부 이혼 얘기는 신경 꺼 둬라. 효도는 배우자를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셀프다. 스스로를 위한 보상을 준비해라. 등등. 그러나 아마도 가장 힘든 사람들은 소외받는 저소득층 사람들일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이 편치 않아 스트레스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행복지수마저 최악이라는 통계가 나와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며 140개 국정과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2년차가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볼 때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는커녕 예년보다 더욱 낮아졌다. 첫해와 비교해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의 주민들 스트레스가 더욱 늘어났고, 특히 대전을 제외한 경기·인천을 비롯해 16개 시·도에선 우울증을 경험한 주민들도 늘고 있다. 자신의 건강도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증가했다. 또 지역정책과 주민생활과 관련된 9개 분야 22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인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스트레스 인지율이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모두가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들이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행복시대가 아닌 불행시대로의 역행이나 다름없다. 불행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추석을 맞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괴로워하거나 심란해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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