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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오늘이 지방자치의 날?

 

오늘이 지방자치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20년이라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관심이 없다. 10년 전인 2005년 6월 당시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기초의회와 단체장의 정당공천제 실시를 결정한데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적이 있다. 무소속으로 두 번의 시장직을 수행해본 그로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까지 중앙 정치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가졌다. 현재와 같은 정치시스템 아래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단정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107명의 여야 의원들이 동참했다. 이어 전국 시군자치구 의회 의장협의회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허용한 법 개정안은 지방의회를 정치인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 심의원의 소신은 신선했지만 기초단제장과 의회의 정당공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오래된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대부분 무소속인 이유는 중앙정치의 폐해를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정당 공천을 금하고 있는 것도 선거 때마다 고위 공무원이 모조리 바뀌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도 기초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같은 당이면 덜하지만 당을 달리 하는 경우 각종 사안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국회의원과 갈등을 빚은 시장은 다음 지방선거의 공천에서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초의회 의원들마저 공천권을 쥐락펴락하는 국회의원들을 좇아 줄을 선다. 행사장에도 따라다니며 다음 공천에 보험(?)을 든다. 지방자치가 아니라 중앙에 예속된 무늬만 자치다.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생활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행정단위다. 그래서 굳이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간여가 불필요하다. 법률 상에도 지방자치라 함은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 자치 단체나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중앙 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그 지방의 행정 사무를 자치 기관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행정에 중앙정치의 입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는 요원하다.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데 자질과 인물이나 능력보다는 중앙당 간판을 보고 찍는 이른 바 ‘묻지마 투표’ 사태가 벌어진다. 의회활동에서도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정당 간 대립, 혹은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하다하다.

논란 끝에 공천 없이도 잘하던 기초의회에 공천제를 도입한 게 2006년이다. 당시 코리아 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무려 71%가 ‘기초의회에 정당 공천제를 도입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자신의 당선을 위해 일해 줄 사람들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제를 도입, 당원으로 만드는데 앞장섬으로써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됐다. 국사 국정교과서 문제로 도의회에서 몸싸움을 벌인다. 지방의회가 국회의 축소판처럼 됐다. 정당공천 폐지 약속은 대선만 끝나면 헌신짝이 된다.

이렇듯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채 출발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와 ‘방치’로 변질된 상황이다. 재정시스템도 자치시대에 걸맞게 고쳤어야 했지만 관선시대 지방재정의 틀을 그대로 두고 민선자치의 모양만 갖추다 보니 빚만 100조원에 이른다. 오로지 3선에만 목매인 포퓰리즘으로 빚은 더욱 늘어만 간다. 파산제도가 없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국회의사당 입구에서 돗자리를 펴고 ‘공천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까지 했던 고 심재덕 의원이 새삼 생각나는 이유다. 재정파탄으로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 시와 일본의 유바라 시를 교훈삼아 지방자치제도를 획기적으로 손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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