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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미국의 금리인상시기와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이 월가 금융인들로부터 ‘양치기 소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취임 후 첫 위원회를 열었던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지만 아직도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분명하게 소통할 때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더 커진다며 중앙은행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던 전 연준 의장 벤 버냉키도 양치기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 및 중단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시행은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가진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었다. 이는 시장이 덜 발달하여 정책결정의 파급경로가 단순하고 분명하였던 데다 예견된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합리적기대이론에 따라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밀주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방침을 공개함에 따른 외부의 압력과 간섭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1920∼1944년중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몬태규 노먼의 모토는 “설명하지도 사과하지도 말라”였고 1980년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심층 분석하였던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William Greider)의 책 이름이 ‘사원의 비밀(Secrets of Temple)’이었다는 사실 등에서 중앙은행의 비밀유지 강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와 혁신의 진전으로 금융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자 중앙은행은 일방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닌 시장과의 동반자 관계라는 구도에서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사항이나 결정과정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정책금리가 제로수준에 도달하면서 금리인하 여력이 없어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 등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여 운용하기 시작했다. 선제적 안내란 미래의 정책금리 방향에 대한 사전적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즉, 중앙은행이 경기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명확히 알려주게 되면 미래 정책금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치가 낮아짐과 동시에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단기 시장금리, 기간 프리미엄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금리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반면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실제 운용결과가 장기금리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금리인상 시점을 예고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위험자산에 대한 투기를 조장하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역할에 맞추어 시장 및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매월 기준금리 결정 직후 발표되는 의결문(statement)의 정책 시그널링 기능을 강화하여 왔으며 총재의 기자간담회 또는 대외 강연 시 경제현황 및 금리운용 방향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울러 금리결정 논의 내용을 담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함으로써 정책결정 과정과 배경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으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금융안정보고서, 물가보고서, 경제전망보고서 등 각종 보고서 발간을 통해 한국은행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 또한 경제교육을 통해 대중의 경제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은둔에서 벗어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게 되면서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앙은행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경제여건 하에서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펼칠지가 각국 중앙은행에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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