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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만남과 인연

 

한 해를 보내면서 많은 만남들이 이뤄지고 있다. 나이테처럼 한줄 한줄 연륜이 쌓여갈수록 더 그렇다. 며칠 전 전우들을 만났다. 또 지긋지긋하다는 군대얘기다. 몇몇 친구들은 제대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만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35년째 이 만남은 지속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하의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하고, 별들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전두환의 12.12 쿠데타, 광주 민주화 운동 등 국내.외적으로 정국이 불안했던 고생 많던 시절이다. 매번 똑같은 얘길지라도 형처럼, 아우처럼 서로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에피소드의 보따리를 풀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어제는 밤늦게 국방장관께서 전화를 했다. 안부와 근황을 물으시며 이런저런 얘기로 한참을 통화했다. 장관이 되기 전까지는 모임에도 나왔지만 바쁘실 것 같아 연락도 안 드렸는데 직접 전화를 하신 것이다. 군복무 시절 중대장이었던 한민구 대위와의 만남도 여태 지속된다. 서무병이었던 관계로 늘 지근거리에서 같이 생활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당시 장군은 꼭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정말 국방장관까지 될 줄은 몰랐다. 자신도 마찬가지라 했다. 혹자들은 말한다. 군에서의 장교와 사병의 인연이 어떻게 이리도 질기냐고. 대장에 오를 때까지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행여 잊을까 늘 연락을 주시고 함께 식사도 하며 지난 추억에 잠겼다. 내가 잘 보필하지도 못했는데 항상 먼저 잊지 않고 연락을 주시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특별한 부담을 주지 않고 서로가 존중과 배려하는 마음만을 가진 것이 여태까지 온 것 같다.

점차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엄습해오니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들이 더욱 그립다. 어디 군대뿐이겠는가. 학창시절과 사회생활을 통해 우리는 수없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헤어졌다 할지라도 연락처를 안다면 소식을 전하고픈 사람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사회다. 각각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다보니 그렇다. 더욱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그렇다. 소중한 만남과 인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는 참으로 중요하다. 인생의 멘토로 삼기도 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 해도 마음 든든한 일이다.

인복을 타고 났다는 것도 주변에 좋은 인연이 많이 있음을 의미한다. 평생을 함께 할 부부의 인연에서부터 가정의 인복, 그리고 인생이란 긴 행로를 함께 갈 수 있는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들의 인복이 그것이다. 이같은 인복은 당연히 인연을 통해 만들저지게 된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이런 표현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그래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 인연을 지속해나갈 때 인간관계는 그 가치를 더해가는 것이다. 가까이 있건, 멀리 떨어져 있건 서로 관심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소중한 인연은 저절로 오지 않기에 서로 간에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30년이 다 돼가는 신문기자 생활동안 숱한 인연들이 있다. 그 인연들을 아직도 나는 소중하게 여긴다. 그 인연들을 이용한다기보다는 먼저 베푸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기에 아직도 많은 인연들을 이어간다. 가진 것은 없지만 나를 기억해주는 수 많은 인연들이 내 재산목록 1호다. 너그러운 시선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인연을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터득했다. 달력은 벌써 한해의 끝자락에 와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연들과 감사했던 분들에게 전화라도 한통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내가 먼저 소식을 전했을 때 상대방의 반가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소 용기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게 배려의 마음이다. 자신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며 마무리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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